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알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어렵고 취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시기라면 그 기쁨은 더욱 클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뿌듯한 기쁨 못지않게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지게 한다. 앞으로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계획하고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첫 월급의 기쁨도 누려야겠지만 저축과 투자에 눈을 뜨고 재무설계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월급을 얼마나 받느냐보다 월급을 갖고 얼마나 계획성 있게 재테크를 해 나가느냐가 10~20년 후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청약통장ㆍ보험 되도록 빨리 가입하고

우선 월급통장 하나도 소중히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월급통장은 회사에서 급여통장으로 지정해 준 은행의 통장을 쓰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월급통장은 재테크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 보통예금 통장과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한 '양다리 걸치기'를 권한다. 적금이나 보험료 통신비 등 각종 자동이체는 보통예금 계좌로 해 놓고 남는 여윳돈은 CMA에 넣어서 고금리 혜택을 누리는 방법이다.

첫 월급이 들어왔다면 가장 먼저 은행 창구로 달려가서 청약통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내집 마련은 먼 훗날의 일로 느껴질 수 있지만 5~10년을 두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청약통장은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자기 집이 없는 새내기 직장인은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청약저축에 가입해 꾸준히 돈을 모으면 주택공사나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몸도 건강하고 앞날이 창창한 젊은 시절에는 보험의 중요성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보험에 가입하려면 그만큼 보험료가 비싸진다. 이미 질병이나 상해를 당한 다음이라면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가급적 젊은 나이에,그리고 건강할 때 보험에 들어야 유리하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입원비와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장성 보험과 노후 대비용 연금보험은 하나씩 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주변 친척이나 지인의 권유를 못이겨 무분별하게 보험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월 보험료 부담은 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름신' 막는데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유용

재테크의 기본은 절약이라는 대원칙을 잊어서도 안 된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새는 쪽박으로는 물을 담아두기가 어려운 것처럼 절약하는 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명한 재테크는 불가능하다. 계획성 있는 소비를 위해서는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번거롭더라도 가계부를 쓰다 보면 자신이 돈을 쓴 것 중 불필요하게 지출한 게 어떤 것인지 골라낼 수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도 가계부를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무분별한 소비를 막으려면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낫다. 체크카드는 결제 계좌의 잔액 내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지름신의 유혹에 못 이겨 마구잡이로 카드를 긁어대는 걸 막을 수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주유 할인을 비롯해 신용카드 못지 않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신용카드를 쓰더라도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게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고르면 소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신용관리도 중요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대출을 비롯한 금융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카드대금과 휴대폰 요금 등은 반드시 자동이체를 해 놓아 연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유된다면 펀드ㆍ주식 투자도 조금씩 해볼만

주식 · 펀드는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이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펀드 투자에서 손해를 봤지만 새내기 직장인들에게는 지금 같은 때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주식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은 그만큼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는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의 비중을 적절히 섞고 국내펀드도 주식형과 채권형으로 나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그러나 리스크를 분산시킨다고 해서 너무 여러 종류의 펀드로 쪼개서 투자할 필요는 없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자기가 판단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의 범주' 안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분산 투자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 방식으로 주식을 하려면 우선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이 필수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어 경제 전반은 물론 산업과 주식시장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주식 투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