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석학인터뷰 (4) 로자베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칭찬 또 칭찬하라"
입력2009.01.06 19:07
수정2011.06.08 11:04
기사 스크랩
공유
댓글
클린뷰
프린트
[신년기획] 석학인터뷰 (4) 로자베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칭찬 또 칭찬하라"
작은 아이디어가 이기는 기업 만든다 … 칭찬 또 칭찬하라
글로벌 불황이 엄습하고 있다. 기업들이 몸을 잔뜩 움츠리면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이는 다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경영학계의 여성 구루(스승)로 통하는 로자베스 캔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황일수록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만이 능사가 아니라 직원들이 이룬 작은 승리조차 격려하고,조그마한 아이디어라도 찾아 적극 활용하는 게 불황 전선을 돌파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모건홀에서 캔터 교수를 만나 불황 탈출의 길을 물었다.
▼경기 침체기에 CEO들이 피해야 할 가장 나쁜 태도로는 어떤 게 있나.
"아무것도 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해 봤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지레 울타리를 치는 일이다. 희망과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은 무엇보다 피해야 한다. 위기는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 볼 더없이 좋은 기회다. "
▼기업들은 대개 비용 절감,인력 구조조정,임금 삭감부터 앞다퉈 검토한다.
"아주 우울한 리스트들이다. 어떻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지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질서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내핍을 위해 모두가 여행 경비를 삭감하고 화려한 휴일 파티를 줄이는 등 부산을 떨지만 생산적인 인력 자원은 아껴야 한다. 고객을 다루는 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굶기지 말아야 한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인력을 붙잡아 둘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
▼질서 있는 비용 절감의 예를 든다면.
"다른 회사들과 협력하는 활동으로 비용을 함께 절감하고 인력을 유지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체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CEO들이 의회에 구제 자금을 요청하러 따로 따로 전용기를 타고 갔다가 여론으로부터 호되게 욕을 먹었다. 한 대의 전용기에 동승해 갔더라면 시간을 아끼면서도 비난을 덜 받았을 것이다. 현재 기업들은 대부분 효용성은 낮으나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으며,이를 매각해 이익을 낼 수 있다. 이게 협력적인 비용 절감이다. "
▼위기 속에서 뭘 다시 생각해야 하나.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모두 자신만의 사업을 걱정하며 경황이 없을 때가 혁신적인 기업들과 현명한 CEO들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행동하기 좋을 때다.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맺고 싶었던 기업들이나 사업 파트너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인 셈이다. 가령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가 달릴 수 있는 전용 '스마트 도로'를 예로 들어 보자.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왜 정부에 스마트 도로 건설을 촉구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혁신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한데.
"불황기에는 대부분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주눅들어 있고,자기 일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한다. 상상력마저 빈곤해진다. 위기를 돌파하고 생존한 기업들의 특징은 CEO와 임직원들이 긍정적인 마인드와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해고를 최대한 줄이면서 직원들을 배려해 주는 문화와 환경 속에서만 직원들은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불황의 터널 끝에서 어떤 모습의 기업으로 등장할지를 미리 그려 보면서 경영해야 한다. "
▼그런 면에서 미 자동차업체 '빅3'를 비교한다면.
"개인적으로 '빅3' 가운데 포드는 사정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포드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몇 년 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 그나마 어떤 종류의 자동차를 만들어야 할지를 잘 인식하고 있다. 빌 포드 회장은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일찍 간파했다. 특히 유연한 조직 문화도 강점이다. 포드는 '원팀'이라는 글로벌 협력문화 캠페인을 만들어 냈다. 미국 내를 넘어 전 세계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다. 기업이 위기를 이겨내고 턴어라운드하려면 네 가지가 요구된다. 재무,전략,영업 부문의 턴어라운드에 앞서 조직문화 부문의 턴어라운드가 중요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임직원이 목표를 제대로 공유하고,활발한 소통을 통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 "
▼CEO가 직원들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CEO들은 대부분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자신을 믿고,자신의 아이디어를 믿는 자신감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막게 한다. 최고의 자신감은 임직원들에 대한 신뢰다. 조직의 일반 직원들까지 속속들이 신뢰하는 것이다. 현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이야말로 신뢰받고 있다고 판단할 때 적극 나서 변화를 만들어 간다. 불황 속에서 턴어라운드하는 기업의 리더들은 직원을 긍정적으로 대하고,행동에 나서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
▼2004년 《자신감》이라는 저서에서 '연승,연패한 기업들의 시작과 끝'을 지적했다.
"연패하는 기업은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다. 새 경쟁자의 출현을 포착하는 데 실패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변화가 기득권을 빼앗아 갈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공포를 느낀다. 패닉 현상에 진입하면 전략을 잊어버리고 허둥지둥하는 것이다. 또 서로 손가락질하며 비난한다. 경영진은 매니저들을 희생양 삼아 해고해 버린다.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 하고 돌아다닌다. 수익이 떨어지고 우수 인재들까지 떨어져 나가며,언론에 변명하는 데 시간을 다 뺏긴다. 외부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지도 못해 결국 신뢰를 잃어 망가진다. "
▼반대로 연승하는 기업은 어떤가.
"어느 기업이나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다. 문제는 사방에 잠복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조차 아무리 우승팀이라도 경기 중간 중간 점수가 뒤지는 때가 있다. 연승 기업들에는 신뢰받는 리더와 신뢰받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은 작은 승리,작은 아이디어라도 찾아내 격려하고 활용한다. 작은 승리와 아이디어는 향후 큰 승리와 큰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 연승 기업의 리더들은 숨어서 비밀리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주간 단위로 인터넷에 보이스 메일을 개설해 누구라도 서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직원들이 현재 뭘 하고 있는지,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본다. "
▼삼성 LG와 같은 한국의 대표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글로벌 경쟁이 심해져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LG 등은 굳이 한국 안에서만 해법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기회가 있는 세계 곳곳에서 현지 고객들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빌리고 모아야 한다. 그냥 글로벌 시장에 물건만 팔아서 이익을 올린다고 글로벌 기업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곧잘 번성하는 비결은 해외에서 덜 일본인답게 행세하며 현지에 철저하게 적응하는 데 있다. "
▼갈수록 여성 인력이 기업의 주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큰 관심사인 것으로 안다. 기업들은 여성 인력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크게 두 가지를 신경 써 줘야 한다. 삶과 직장이라는 고민에 안정적인 균형감을 심어 주고 멘토링(mentoring)해 주는 것이다. 멘토링이란 남성 선배들과 경영진들이 재능을 개발시켜 주고,기회를 주며,임원직에 문을 개방해 자신들의 가치가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일이다. 적합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본이다. 고정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대는 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재택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거나 직장에 아이들을 데려와 보육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
▼금융위기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가 맹공을 당하고 있는데.
"다 그렇지는 않다. '슈퍼 기업(super corporation)'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IBM,프록터 앤드 갬블(P&G) 등이,한국에서는 신한금융그룹 등이 좋은 예인데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모델을 권장하고 경영대학원에서 더욱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슈퍼 기업이란 특별한 일을 하는 기업이다. 이익을 내고 혁신도 잘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다. 이를테면 IBM은 인도네시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했을 당시 이내 자신들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구호 활동을 지원했다. 슈퍼 기업은 수동적으로 나서는 '좋은 기업'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기업'이다. "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한 '2009년 키워드'는 무엇인가.
"불황이라고 해서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
로자베스 캔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65)는 기업 전략,혁신,리더십에 조예가 깊다. 그는 지난해 9월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경영사상과 구루에 대한 가이드북'에서 세계적 구루(Guru · 위대한 스승)로 소개됐다. 앞서 1988년에는 마이클 듀카키스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자문역으로 활동했으며 1989~1992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그동안 발간한 17권의 경영서(공저 포함) 대부분이 17개국어로 번역됐다. 이 가운데 주요 저서로는 《자신감;연승 · 연패 기업의 시작과 끝》 《기업의 남성과 여성들》 《변화의 마스터들》 《거인들이 춤추기를 배울 때》 등이 있다. 올 8월에는 새 책인 《슈퍼 기업들》을 출간할 예정이다. 캔터 교수는 굿메저(Goodmeasure)라는 경영컨설팅 회사도 공동 창업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