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기업연금 운용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일본 신용평가정보회사 R&I가 1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4~11월 중 실적을 조사한 결과 기업연금 운용수익률은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4~9월 중 수익률 -5%에서 더욱 나빠진 성적이다.

기업연금 실적을 투자대상별로 보면 국내 채권운용에선 0.3%의 이익을 거뒀지만,국내 주식에서 31%의 손실을 냈다. 미국 등 해외 증시의 주가 폭락 영향으로 외국 주식에서도 손실률이 40%에 달했다. 급격한 엔고의 영향으로 외국 채권에서도 이익률은 -14%였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3월 말 끝나는 2008회계연도의 기업연금 수익률은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사상 최악의 손실을 냈던 2002년(-12.1%)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연금 성적 악화는 기업들의 실적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회계기준에 따르면 연금자산과 운용수익금 합계액이 퇴직금 적립의무액을 밑돌면 그 부족분을 몇 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히타치 등 일부 기업들은 기업연금 자산 중 주식에 운용하는 자산액을 동결하는 등 연금 운용 방식을 보수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