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올해는 투자자들이 어느 때보다 종목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연초엔 불황의 그림자가 증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하반기가 가까워질수록 경기회복의 신호가 나타나면서 증시도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망에 근거해 불황에 강한 업종 대표주와 경기방어 대형주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등 각종 테마주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달 초 16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 32명의 증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종 대표주와 경기방어 대형주를 올해 증시 주도주로 꼽는 의견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로 IT(정보기술) 제품 수요가 둔화되면서 경쟁사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영업이익이 급감할 전망이지만 생존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란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삼성전자가 더 큰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자동차) 포스코(철강) 신한지주(은행) LG전자(휴대폰) 현대중공업(조선) 현대건설(건설) 등의 업종대표주도 관심대상으로 꼽힌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자동차 '빅3'가 고전하면서 현대차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따른 철강제품 수요 확대가,신한지주는 은행업종에서 재무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이,LG전자는 세계 휴대폰 산업의 '3강 체제'가 강화되는 게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점이,현대건설은 경기부양의 수혜가 클 것이란 점이 유망한 이유로 제시됐다.

경기방어 대형주에선 SK텔레콤 KTF 등 통신주와 CJ제일제당 KT&G 등이 유망종목으로 뽑혔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원 · 달러 환율이 올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도 환율 하락의 수혜를 볼 것으로 지목됐다. 박종현 센터장은 "환율 하락은 유가 하락의 효과를 더욱 키울 전망인 데다 여행수요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각종 테마주도 올해 관심주로 떠올랐다. 한화증권은 △구조조정 △기업 인수합병(M&A) △원 · 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 △경기침체 지속 △새로운 제도 △정책 수혜 △바이오 등 7가지 테마를 추천했다.

우선 '구조조정'은 경기침체로 국내외에서 구조조정이 강도높게 추진되면서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수혜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화재 현대미포조선 삼성증권 SK에너지 등이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M&A'는 헐값의 기업매물이 늘어나 이를 인수하는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칠성 CJ 롯데쇼핑 LG데이콤 호남석유화학 엔씨소프트 등이 M&A테마주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제도'는 국제회계기준(IFRS) 및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된 것이다. 연결재무제표 도입,공정가치 평가 등에 관한 IFRS는 건설 금융 조선 해운 항공 음식료 섬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통법은 우리투자 대우 삼성 대신 키움증권 등에 호재라는 설명이다.

'정책 수혜'테마주로는 SOC투자와 녹색성장 관련 종목이 지목됐다. SOC투자 수혜주는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제철 삼호개발 등이고,녹색성장 종목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주와 LED(발광다이오드)주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국내 구조조정(현대건설 대림산업 신한지주 KB금융) △정부정책(SOC투자 에너지투자 바이오) △자산재평가(한국전력 가스공사 대한항공) △와이브로 및 IPTV(KT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포스데이타) 등을 테마로 꼽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