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마무리 돼야 기업쪽으로 유입 가능성
정부보증 프라이머리 CBO 발행 등 '숨통' 터줘야

시중 부동자금이 3개월 사이 43조원이나 늘어 200조원을 넘어섰다. 새해 들어 주가가 반등하고 은행채와 우량회사채 금리도 하락세지만 시중자금은 여전히 안전자산을 선호,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은행 보험 등 금융업체들마저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는 바람에 풍부한 여유자금이 정작 기업으로는 흐르지 않는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시중 자금이 기업쪽으로 유입되도록 정부가 보증하는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를 발행하는 등의 특단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단기자금 부동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MMF가 편입할 수 있는 은행상품의 예치한도(설정비율)를 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MMF 98조원 사상 최대

7일 자산운용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MMF와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종금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 등을 합친 시중 부동자금은 총 208조2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했던 작년 9월 말보다 43조5937억원(26.46%)이 불어난 것이다.

시중자금 부동화를 반영, 대표적인 초단기 상품인 MMF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MMF는 지난 6일 현재 98조1820억원으로, 작년 9월 말보다 35조8524억원(57.52%)이나 급증했다. 이 기간 개인자금은 MMF에서 4조원 정도가 빠져나간 반면 기관 자금이 39조원이나 급증했다.

허선무 삼성투신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콜보다 운용 수익률이 높아 최근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자금이 하루에 2000억~3000억원씩 들어온다"며 "기존 고객의 수익률을 관리하기위해 선별해서 받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여유자금이 단기자금 상품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MMF가 편입할 수 있는 은행상품(예금 CD 등)의 예치한도를 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은행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대한 편입제한이 없어 MMF자금이 회사채시장에 유입되지 않고 은행의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면서 단기부동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도설정 대상 상품이나 한도 등에 대해 검토중"이라며 "예치한도를 설정할 경우 한시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자금 당분간 증가할 듯

시중 부동자금의 증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의 대대적인 통화완화정책으로 시중 유동성은 더욱 풍부해지고 있다"며 "자산시장에서 뚜렷한 대안이 없어 부동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도 돈을 풀기 어려운 여건이란 지적이다. 김필규 증권연구원 금융투자상품실장은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다 은행 자체적으로도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가시화 된 후에나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은 "외환위기 직후 나왔던 프라이머리CBO를 통해 시중자금이 기업으로 흐를 통로를 열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신용보증기금 등의 기관들이 이들 채권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견기업들에 대한 중장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