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사가 실시한 2008년 하반기 조선업종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조선업종에서 수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군림해온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 등이 버티고 있던 터여서 전 애널리스트의 등극은 증권가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평가결과를 통보받고도 믿기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분석력과 예측력을 가진 조선분야 애널리스트들이 많은데 신출내기인 제가 너무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죄송스럽다"며 몸을 낮췄다.
1999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전 애널리스트는 2007년말까지 선박영업팀과 선박영업기획팀에서 일했다. 5일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곧바로 대신증권에 입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지 정확히 1년 2개월만에 얻은 성과다.
그 비결은 바로 해당 업계에서 9년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분석내용을 과감히 공개한 추진력이었다.
전 애널리스트는 2007년 증시 활황기를 견인했던 조선주들이 갈피를 잡지 못했던 지난해 상반기, 분석보고서 하나를 내놓았다. 선박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만큼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사실상 조선업종에 대한 매도의견 보고서였다.
외국계 증권사와 달리 매도의견을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증권업계의 강고한 풍토에다 당시 거의 모든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저가 매수기회를 외치며 투자를 권유하는 상황이어서 해당 기업들은 물론 증권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예측은 적중했다. 지난해말 경기침체와 맞물려 글로벌 수주감소는 현실화됐고, 국내에서는 자금난에 빠진 중소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 애널리스트는 "사실상 매도 보고서였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만 분석내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어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조선주를 보유하고 있던 펀드매니저들의 불만으로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전 애널리스트의 진가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고, 펀드매니저들 역시 그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 애널리스트는 "올해 조선업황 역시 상반기까지는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LNG(액화천연가스)선이나 드릴쉽의 선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상승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끝으로 "'틀린 시계도 하루에 두번씩은 맞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남들이 '예' 할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석가가 돼 시장의 믿음을 회복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