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에 처음부터 욕심은 금물
창업교육.대출.트렌드 등 정보 모으고
가사분담 관련 가족 양해 구해야

지난 6일 오전 10시 경기도 부천시 GS스퀘어백화점 문화센터 강의실.30~40대 주부 3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 백화점이 운영하는 문화센터 강좌인 'POP(매장홍보물) 전문가 양성과정'을 듣는 수강생들이다. 부천시 중동에 사는 주부 김소연씨(35)는 "맞벌이를 하기 위해 창업아이템을 찾던 중 체력적으로 비교적 힘들지 않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POP 전문가를 생각하게 됐다"며 "5월쯤에 친구와 함께 음식점이나 유치원,옷가게 등의 매장 홍보물 제작하는 창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GS스퀘어 문화센터 과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창업강좌 수강을 신청하는 주부들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대부분 창업 취업 등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어 출석률이 거의 100%일 만큼 열성적"이라고 전했다.

◆창업 문의 절반이 주부

불황이 깊어지면서 창업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구조조정 한파로 남편의 직장이 불안해지고 자녀 교육비 등으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주부들이 늘고 있는 것.또 출산 · 육아로 인한 공백으로 재취업하기 어려운 현실도 주부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로 여성인력개발센터나 여성경제인협회,각 백화점 문화센터 등이 운영하는 창업교육과정은 최근 들어 신청을 받자마자 마감되는 등 주부 수강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또 창업컨설팅업체 창업 문의자의 절반 이상이 주부들이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은 사업 경험이 없고 창업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인의 적성과 주부로서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철저한 준비와 굳은 각오를 가지고 뛰어들어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부 노하우와 여성의 섬세함 살려야

가사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주부로서는 창업아이템을 고르는 게 만만치 않다. 창업 성공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선 자신의 특기나 경험,취미를 살려 잘 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디자인 감각이 있고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면 POP제작업,평소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다면 피부관리업에 도전해볼 만하다. 최근 공공기관 등의 창업교육과정에도 관련 강좌들이 잇달아 개설되고 있을 만큼 수요가 늘고 있는 아이템들이다.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출산용품 전문점이나 교구활용 홈스쿨사업 등은 오히려 주부가 유리한 업종이다. 반찬전문점,도시락배달전문점 등도 집 근처 동네 상권에서 해볼 만한 사업이다.

외식업 등 소자본 점포 창업은 주부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다. 특히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전문점 등 카페형 점포는 매장이 깔끔하고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낮기 때문에 선호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소자본 창업시장은 근본적으로 서비스업이고 주부 등 여성이 소비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주부의 강점을 살려 점포를 운영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첫 시작은 가볍게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 투자를 많이 하면 가정을 살리려다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부들의 초기 창업투자금으로 5000만~600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 이 정도 비용이면 소위 'B급' 상권에서 23~33㎡(7~10평) 정도의 매장을 구할 수 있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소장은 "처음부터 중심 상권에서 시작하는 것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주부들로선 위험 부담이 크다"며 "불황기에는 인테리어 등 고정비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소규모로 시작해 키워가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는 필수다. 창업과 관련된 폭 넓은 정보를 수집해 사회 경험이 적은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여성인력개발센터,소상공인지원센터 등 공공 지원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창업시 대출 등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

가족의 동의와 가사 분담에서 협조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부 창업자는 가사와 사업을 모두 완벽하게 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가족들에게 양해를 얻어야 사업 운영에 차질이 없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