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은 올해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펀드투자에 대한 환상이 무너진 여파로 투자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분산투자 등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 펀드투자는 해외보다 국내를 겨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은 꾸준하게 들어올 것이란 예상이 많다.

실물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상반기에는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 위주의 보수적 전략이 안전하지만 경기가 풀릴 하반기부터는 성장형펀드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전략도 고려할 만하다는 조언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비과세 올해까지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는 손실률을 40% 수준에서 막았지만 해외펀드는 지역에 따라 최고 80%의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뒤늦게 막차를 탔던 중국 펀드도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 정확한 시장 정보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상품에 뛰어들었던 개인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올해는 국내투자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지난해 투자자들은 시장분석 능력이나 위기관리 대책 없이 특정 해외상품에 과다하게 투자할 경우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올해는 국내와 해외상품 비중을 7 대 3 정도로 나누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삼성 대우 하나대투 등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올해 펀드 자산의 70%가량은 국내상품으로 채울 것을 권했다.

지난해 방어력이 돋보였던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삼성그룹주펀드 등은 올해도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영마라톤'(대우증권,현대증권) '신영밸류고배당'(메리츠증권,삼성증권) '삼성그룹주펀드'(굿모닝신한증권,메리츠증권,현대증권) 등이 주요 증권사의 올해 유망펀드 목록에 올랐다.

해외펀드는 글로벌 분산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정 국가에 치우치기보다는 선진국과 이머징 증시에 골고루 투자하는 유형이 안정성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다.

국가별로는 중국펀드가 신흥시장 중에서 상대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반토막난 원금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2~3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삼성증권은 전망했다. 이 증권사 박진용 연구원은 중국펀드 전략으로 "단기고점에서 환매했다가 상황을 봐서 재진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끝난다는 점도 변수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해외펀드에서 국내펀드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 · 수수료 싼 펀드 주목받을 듯

최근 펀드 투자자들은 각종 보수와 수수료 수준에 민감한 상태다. 예전만큼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수료 같은 고정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보수 부담이 적은 인덱스펀드와 온라인전용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관심이 올해 더 커질 전망이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판매보수가 낮아지는 펀드가 올해부터 나오면 얼마나 고객을 모을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상반기 히트작이었던 ELF(주가연계펀드)의 인기는 작년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종목보다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그나마 낫다는 분석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해는 변동성이 높아졌고 지수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ELF의 투자효과가 큰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섹터펀드로는 금펀드 에너지펀드 등이 주목된다. 원자재펀드는 하반기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투자대안이 될 수 있다고 삼성증권은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