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빵' 위한 저항, '표' 위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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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한양대 교수ㆍ문화인류학>
가자지구 18개월째 단수ㆍ단전
상호인정 '오슬로 협정' 살려야
인류가 문명의 첫 숨을 쉬고,신의 종교가 생겨난 팔레스타인에서는 불행히도 60년째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팔레스타인 해안 마을 가자는 지금 아비규환이다. 벌써 사망자가 600명이 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곳 친구가 현지에서 전송해 준 화면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상이다. 대부분이 민간인이고 의료시설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희생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만 같다. 1%의 승산 가능성도 없는 하마스가 왜 이스라엘에 로켓포로 선제공격을 하면서 전쟁을 유발했을까. 7일 휴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이 무모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국제 여론에 아랑곳없이 민간인이 죽어나가는 가자를 초토화시켰다. 유엔과 유럽연합(EU),전 지구촌이 나서서 즉각적인 공격 중지를 요청해도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었다. 무모함에서는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전쟁은 '빵과 표'의 격돌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지치고 굶주린 하마스의 저항은 빵을 원한다.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이스라엘 정부는 2월10일 총선을 승리로 이끌 표를 원한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은 좋은 희생양이 됐다.
2005년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강제 점령해 오던 가자지구에서 전격 철수하자 선거를 통해 하마스가 집권했다. 수십년 동안 하마스는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을 펼치면서 가자주민들을 위한 구호,복지 활동으로 사실상의 자치정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 투쟁을 계속했다. 자국안보를 내세운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철거판결에도 불구하고 분리장벽을 쌓아 하마스를 봉쇄하고,2007년 6월부터는 아예 물과 전기까지 끊으면서 150만 가자 주민들을 극심한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벌써 18개월째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집트 국경쪽에 수많은 땅굴을 파고 생필품과 무기를 밀반입하면서 끝까지 저항했다. 지난 6개월의 휴전기간 동안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봉쇄 해제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생존권의 유지가 거절되자 하마스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이스라엘을 향해 선제공격을 했다. 어쩌면 빵을 달라는 세상을 향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오순도순 함께 살 방도는 영영 없는 것인가. 이미 양측이 1993년 합의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중동평화로 가는 로드맵은 가닥이 잡혀있다. '땅과 평화의 교환' 방식으로,이스라엘이 불법으로 강제 점령하고 있는 아랍영토를 되돌려주고,그 땅에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갈 곳 없는 400만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나라를 세우자는 것이다. 대신 팔레스타인과 주변의 아랍국가들도 모두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상호불가침과 외교관계를 통해 함께 살게 하자는 방안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힘들게 마련해 놓은 오슬로 평화협정은 이스라엘 정치꾼들과 하마스 같은 강경세력들의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휴지조각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유일한 중재자인 미국조차도 이라크 전쟁과 중동에서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거의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하면서 사태를 더 어렵게 몰고갔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해도 미국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6일 민간인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오바마 당선인이 "민간인 희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부시 행정부가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의 독주시대를 열었다면,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를 끌어안고 함께 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나아가 미국이 보다 공정한 중재자 역할로 돌아와서 중동평화의 물꼬를 터주길 인류는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국중동학회 회장
가자지구 18개월째 단수ㆍ단전
상호인정 '오슬로 협정' 살려야
인류가 문명의 첫 숨을 쉬고,신의 종교가 생겨난 팔레스타인에서는 불행히도 60년째 눈물 마를 날이 없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팔레스타인 해안 마을 가자는 지금 아비규환이다. 벌써 사망자가 600명이 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곳 친구가 현지에서 전송해 준 화면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상이다. 대부분이 민간인이고 의료시설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희생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만 같다. 1%의 승산 가능성도 없는 하마스가 왜 이스라엘에 로켓포로 선제공격을 하면서 전쟁을 유발했을까. 7일 휴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이 무모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스라엘도 국제 여론에 아랑곳없이 민간인이 죽어나가는 가자를 초토화시켰다. 유엔과 유럽연합(EU),전 지구촌이 나서서 즉각적인 공격 중지를 요청해도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었다. 무모함에서는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전쟁은 '빵과 표'의 격돌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지치고 굶주린 하마스의 저항은 빵을 원한다.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이스라엘 정부는 2월10일 총선을 승리로 이끌 표를 원한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은 좋은 희생양이 됐다.
2005년 이스라엘이 1967년 이후 강제 점령해 오던 가자지구에서 전격 철수하자 선거를 통해 하마스가 집권했다. 수십년 동안 하마스는 대이스라엘 저항운동을 펼치면서 가자주민들을 위한 구호,복지 활동으로 사실상의 자치정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 투쟁을 계속했다. 자국안보를 내세운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철거판결에도 불구하고 분리장벽을 쌓아 하마스를 봉쇄하고,2007년 6월부터는 아예 물과 전기까지 끊으면서 150만 가자 주민들을 극심한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벌써 18개월째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집트 국경쪽에 수많은 땅굴을 파고 생필품과 무기를 밀반입하면서 끝까지 저항했다. 지난 6개월의 휴전기간 동안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봉쇄 해제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생존권의 유지가 거절되자 하마스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이스라엘을 향해 선제공격을 했다. 어쩌면 빵을 달라는 세상을 향한 절규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오순도순 함께 살 방도는 영영 없는 것인가. 이미 양측이 1993년 합의한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중동평화로 가는 로드맵은 가닥이 잡혀있다. '땅과 평화의 교환' 방식으로,이스라엘이 불법으로 강제 점령하고 있는 아랍영토를 되돌려주고,그 땅에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갈 곳 없는 400만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나라를 세우자는 것이다. 대신 팔레스타인과 주변의 아랍국가들도 모두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상호불가침과 외교관계를 통해 함께 살게 하자는 방안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힘들게 마련해 놓은 오슬로 평화협정은 이스라엘 정치꾼들과 하마스 같은 강경세력들의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휴지조각이 된 상황이다. 게다가 유일한 중재자인 미국조차도 이라크 전쟁과 중동에서의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거의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하면서 사태를 더 어렵게 몰고갔다.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에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규탄해도 미국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6일 민간인 희생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오바마 당선인이 "민간인 희생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부시 행정부가 유엔 결의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미국의 독주시대를 열었다면,차기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를 끌어안고 함께 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나아가 미국이 보다 공정한 중재자 역할로 돌아와서 중동평화의 물꼬를 터주길 인류는 학수고대하고 있다.
/한국중동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