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여유가 생기고 꿈과 미래를 회상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일 듯 싶다. 부모와 자식 간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를 하거나 남녀가 정담을 나눌 때도 별만큼 좋은 매개체는 그리 많지 않을 법하다. 흔히들 별을 본 사람들은 미래의 원대한 꿈을 꾸게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별자리는 사람의 길흉화복과 국운의 성쇄를 예측하는 징표로도 활용돼 온 게 바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별들로 채워진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지도 모른다. 최첨단 과학기술들이 수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 이전의 상황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게다가 30여년 전 발사돼 미약한 전파를 주고 받으며 기약없이 우주를 항해 중인 보이저호도 명왕성을 지났지만 태양계의 끝자락에는 아직도 한참 못 미치고 있는 마당이다. 북두칠성의 국자부분에 담겨 있는 은하계 수가 1억9000만개에 이르고 있고,은하계마다 1000억개 정도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니 그 규모를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이런 데도 어떻게 우주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류 최초로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한 지 올해로 400돌을 맞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와 국제천문연맹(IAU)이 '세계 천문의 해'로 정했다. 우리나라를 포함,130여개 국가에서 '우주,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주제로 일반인들이 별과 우주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첫 위성발사체를 발사하고 국제우주대회를 개최하는 등 준비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천문연구에 관한한 우리의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요즘 들어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천문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가 하면,지금도 일기예보를 잘못했다며 천문연구원으로 항의 전화가 걸려오기 일쑤라고 한다.

세계 천문의 해가 우리 천문학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천문학을 대중화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어려운 가운데서도 별을 헤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