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원내 지도부 물러나라" 불만 폭발


한나라 '입법 전쟁' 후유증 … 대변인 사의 등 내홍 심화

홍준표 "내 거취는 내가 결정"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처리 실패를 둘러싸고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그간 법안의 강행처리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가 7일 홍준표 원내대표의 경질을 촉구하는 등 인책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냄에 따라 계파갈등도 표면화하고 있다.

◆친이계 인책론 제기

'함께 내일로'의 심재철 최병국 원희목 의원，'국민통합포럼' 권경석 의원，'위기관리포럼' 공성진 의원，여성의원대표 진수희 김금래 의원 등 친이성향 의원연구모임 대표들은 이날 연석회의를 갖고 "현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다. 심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과적으로 불법 폭력에 동조한 지도부의 자성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면서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의 주내 개최를 요구했다. 직접적으로 '지도부 사퇴'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의원 ·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조기 개최 요구는 사실상 책임소재를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그러나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원내지도부만"이라고 언급，친이계가 홍 원내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친이계 내부에는 과반의석의 거대여당이 이번 정국 상황에서 무기력함을 드러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친이계의 한 초선의원은 "정기국회 시작 전 홍 원내대표가 '연내 반시장 · 반기업 · 좌편향 법안들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호언장담했음에도 이를 위한 치밀한 원내전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명진 사퇴' 지도부 압박

차명진 대변인은 쟁점법안 처리 협상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폭력소수의 결재가 있어야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불법을 향해 타협의 손을 내밀고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결심 배경에 대해 "지도부 사퇴에 대한 강력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차 대변인은 더 나아가 "당 내에서조차 좋게 합의하면 될 것을 왜 싸우냐는 맥 빠지는 훈수가 나왔다"며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희태 대표는 파장을 우려해 일단 차 대변인의 사표를 반려했다.

◆홍준표 "이제와서 엉뚱한 소리"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신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최고위원회에서 추인하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박수친 사안에 대해 이제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은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다"면서 "진퇴 문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것 저것 다 신경쓰고 어떻게 172명을 끌고 가느냐"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희태 대표도 "한참 일하고 있는 때에 어떻게 그만두라고 하느냐"고 홍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현재 제일 급한 것은 경제살리기 법안과 쟁점법안을 처리해 어려운 국면을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유창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