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저자들 가처분신청 기각 … 정부 수정작업 속도낼 듯

이른바 '좌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금성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법원이 저자 동의없이 수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태웅 서울대 교수 등 해당 교과서 저자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시작되는 새학기에 수정된 역사교과서를 배포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동명)는 8일 김 교수 등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저자 5명이 "저자 동의없이 함부로 교과서를 수정하지 말라"며 제기한 저작인격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저자들과 금성출판사가 맺은 출판계약에 따라 저자들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01년 김 교수 등이 금성출판사와 출판계약을 체결하면서 '교과부장관의 지시가 있을 때 저자들은 원고와 자료를 출판사에 넘기고,출판사는 교과서를 수정 · 개편 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들이 저작권 법에 따른 동일성유지권(제3자가 법령의 근거나 저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리)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이 약정에 따라 권리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저자들은 약정을 체결한 데다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교과서의 원활한 발행 등을 위한 교과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도 제출했다"며 "출판사의 교과서 수정은 교과부 장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므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저자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즉시 상급법원에 항고할 뜻을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울의 김도형 변호사는 "교과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수정 · 개편은 저자들의 동의에 따라 한정된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처럼 전면 개편하는 것까지 확대해석할 수 없다"며 "교과부 마음대로 교과서를 바꿀 수 있다면 국정교과서 체계로 획일적으로 교육하면 될 일이지 무엇하러 검인정 교과서를 만들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