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2%P 올려 … 의류업체 "이마트도 인상설" 전전긍긍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지난 1일부터 재계약하는 30여개 유 · 아동복 입점 브랜드들에 대해 매출수수료를 2%포인트가량 올렸다. 경기 불황으로 몸살을 앓는 의류업체들로선 판매 부진에다 수수료 인상이란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입점 업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 매출의 일정액을 매출수수료나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받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78개(홈에버 매장 제외) 점포를 가진 홈플러스는 지난달 유아동복 브랜드에 수수료 2%포인트 인상안을 통보하고 각기 협의를 거쳐 브랜드별로 1~2%포인트 인상했다. 모든 브랜드는 이달부터 인상분을 적용해 수수료를 낸다. 현재 수수료가 13~16%인 옛 홈에버 매장(33개)도 홈플러스로 간판을 바꿔다는 리뉴얼이 마무리되면 수수료를 기존 홈플러스 점포 수준으로 대폭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직엘르 · 모아베이비 등 유 · 아동복 브랜드도 매장 수가 많은 브랜드는 수수료가 1%포인트(25.5%→26.5%),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2%포인트 올랐다. 최대 28%까지 수수료를 무는 브랜드도 있다. 1만원짜리 옷을 팔면 2800원을 수수료로 떼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기성복 및 캐주얼 브랜드 수수료도 종전 18~20%에서 19~22%로 높아졌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지오투 · 바쏘 등 남성복 △크로크다일레이디 · 조이너스꼼빠니아 · 아놀드바시니 · 씨 등 여성복 △뱅뱅 · 제이폴락 · 톰스토리 · 데스틸 등 캐주얼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기성복 및 캐주얼 브랜드 수수료는 인테리어비 등을 자체 부담하기 때문에 유 · 아동복 브랜드보다 대체로 높은 편이다.

홈플러스가 수수료를 인상한 것은 홈에버 인수로 커진 바잉파워를 내세워 수수료를 이마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신속히 환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입점 브랜드들은 유통업체의 횡포라는 주장이다. A브랜드 관계자는 "수수료가 올라도 의류 판매가 바닥이어서 제품 가격 인상은커녕 거꾸로 할인 판매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유통업체들이 겉으론 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B브랜드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이마트도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갑'인 유통업체들의 일방적 결정에 '을'인 의류업체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측은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