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거듭된 부인에도 온갖 시나리오 난무
여권 계파간 여론 떠보기.힘겨루기 일수도


"국면전환용으로 안 한다… 논의된 바 없다… 제자리 뛰기 하는 중."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개각을 비롯한 여권 개편설 질문에 대해 수개월째 반복하는 말이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 발생 때부터 개각 타이밍과 관련해 '연말→연초→구정 이전→2월 새 정부 출범 1주년 이전' 등의 설들이 시시각각으로 나오고 청와대가 부인하는 상황이 4개월째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실체 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들을 일방적으로 흘리는 측면이 강해 국정운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갖가지 시나리오 난무

지난해 7월 3개 부처 장관을 바꾼 지 불과 두 달 후인 9월 금융위기가 터지자 여권은 개각 군불을 땠다. 금융위기에 대한 초동 대처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경제라인 책임론이 주류를 이뤘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내각과 여권 진용을 재배치하고 나머지 4년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는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수 없다"며 차단에 나섰다.

그러다가 10월 말 한 · 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경제팀 경질론은 주춤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부처 장관들에 대한 업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연말 이전에 경제팀뿐만 아니라 외교안보팀까지 포함한 8,9개 이상의 대폭 개각설도 흘러나왔다. 친이 전진배치론,친박 인사를 포함하는 탕평인사론,정치권을 배제한 전문가 중심론 등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그럴 듯하게 포장됐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개각의 '개'자(字)도 논의된 적이 없는데 자꾸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11월 남미순방 중 "장관 하나 바꿔 나라가 잘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며 국면전환용 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대변인도 "국면전환을 위해 깜짝쇼 하듯이 인사를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에 맞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지난해 연말과 새해 들어 개각설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집권 2년차 새 얼굴로 민심을 다독이며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렸다. 4대 기관장 교체설도 나왔다. 청와대의 반응은 한결 같다. 이 대변인은 지난 5일 "지금이 개각 얘기할 때냐"며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당초 지난해 말 국회에서 쟁점법안이 처리됐다면 연초 개각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국회에서 쟁점 법안이 통과되면 개각은 초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누가,왜?

정무 라인 등을 통해 개각과 관련한 보고서 몇 개가 이 대통령에게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대통령 주변의 여러 인사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개각의 시기,폭 등과 관련해 여러 얘기들이 떠도는데 상당수가 청와대 밖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자가발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떠보기,작전설도 흘러 나오고 있다. 특정 기관의 경우 지역색 등을 고리로 수장을 몰아내기 위해 교체설을 고의로 흘렸다는 얘기도 있다.

실체없는 여권 개편설이 수개월째 이어져 오면서 장관 교체설이 파다한 부처의 경우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