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도봉·강북구 '뚝뚝' … 재건축 완환 강남 호가만 '꿈틀'

최근 들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구와 노원,도봉,강북(노 · 도 · 강) 등 강북 지역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강남 일대는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매도 호가가 뛰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일부 강북 지역은 오히려 '버블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위주로 집주인들이 내놓은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말부터 초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5000만~1억원가량 상승했다. 특히 인접한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립이 사실상 허용되면서 지난주에만 매도 호가가 1000만~2000만원가량 추가로 올랐다.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도 마찬가지다. 56㎡는 작년 말 9억80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43㎡는 연초 6억3000만원에서 6억6000만~6억7000만원으로 각각 뛰었다. 대치동 일대 청실,우성아파트 등의 집주인들도 이달 들어 2000만~3000만원씩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집 주인들의 호가 담합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단기간 급등으로 매수 타이밍을 놓친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끊겼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A공인 대표는 "초저가 급매물이 팔리고 나니 집주인들이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였다"며 "매수자들 역시 시세보다 5000만원 이상 싸야 산다는 입장이어서 매도-매수 호가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작년 초 뉴타운 개발 호재 등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노원 도봉 강북 등 강북권 3구에는 최근 고점 대비 10~30% 빠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109㎡는 지난해 5월 4억8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27% 하락한 3억5000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상계동 주공6단지 79㎡도 지난해 8월 최고가였던 3억3000만원 대비 24.2% 떨어진 2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세가 없다.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109㎡ 급매물도 지난해 9월 4억9500만원보다 33.3% 낮은 3억3000만원에도 살 수 있다.

중계동 인근 B공인 대표는 "작년 하반기 갑자기 몰아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최소 2000만~3000만원 정도는 더 떨어져야 매수자가 생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강북구 미아동,수유동 일대에서도 고점 대비 10~15% 정도 빠진 매물이 수두룩하다. 미아동 SK북한산시티 142㎡는 지난해 7월 5억25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현재 14% 떨어진 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현재 강남 일대 집값은 고점 대비 20~30% 떨어지면서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제2롯데월드 허용 등의 호재를 업고 반등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지난해 봄 집값이 급등했던 '노 · 도 · 강' 지역의 경우 아직 하락폭이 강남권보다 크지 않아 10%가량 추가 하락의 여지가 있다"며 "올해는 '강북 버블' 붕괴가 나타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