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초대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업계에서만 33년간 경력을 쌓아온 정통 증권맨이다. 그는 대우증권 메리츠증권 증권업협회 등을 거치면서 '업계 최초'로 불리는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1984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투자펀드인 '코리아펀드'의 뉴욕증시 상장을 성사시켰다. 또 삼성전자 현대차 대우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의 해외사채 발행 등을 도맡아 '국제통'으로 명성을 날렸다. 덕분에 대우증권에서 최연소 임원과 부사장을 거치는 등 고속 승진을 했다.

2001년 메리츠증권 사장 재직 때에는 국내 처음으로 부동산 리츠상품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2004년에는 증권업계 최초로 경선을 통해 증권업협회장에 당선됐다. 황 회장은 당시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력한 정공법으로 밀어붙여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뚝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증협 회장 취임 후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출혈 경쟁을 종결시키고 '주식으로 저축하기' 캠페인을 전개해 장기투자 문화가 확산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황 회장은 업계에서 '일 잘하는 협회장'으로 뚜렷이 각인됐다.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도 황 회장은 후보추천위원들로부터 '완벽한 협회장 후보'라는 찬사를 받으며 초대 금융투자협회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다음 달 4일 3년 임기로 취임 예정인 그는 2004년 증협 회장 때부터 8년간을 증권업계 수장으로 활동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황 회장은 "리더는 미래를 예측하고 남들보다 먼저 대비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의 미래를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회고했다. 황 회장은 미래를 예측하며 한발 앞서 준비,승리를 이끌어냈던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최선을 다한 후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