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명암… 대형사 '최대실적' 중소사 '퇴출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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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등 수주선박 본격 건조…매출 작년보다 늘 듯
금융권, 신생사 '살생부' 작성 돌입…일부 매물 불가피
경남 통영 성동조선에는 지난달 초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 유력 해운 · 조선 전문지인 '일본해사신문'에서 취재를 나온 것.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소개하는 특집기사에 성동조선을 넣고 싶다는 취지였다. 일주일 뒤에는 뉴욕타임스 자매지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자가 똑같은 아이템을 들고 방문했다. 외신기자 방문은 성동조선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리고 '근사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IHT의 기사 제목은 '위기에도 자신있는 한국 조선소'였다. 전남 남해안의 A조선소는 요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연합회가 구조조정 평가기준을 발표한 이후 주요 경영진은 모두 본사를 떠나 서울에 머물고 있다. 선박 인도 경험이 없고 선박 건조 시설도 완공되지 않아 '퇴출 목록'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주거래은행 등을 찾아다니며 평가 기준을 따져 보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국내 조선업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생 중소 조선업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상당수 업체는 문을 닫을 공산이 크다.
반면 대형 및 중견 조선업체는 외신들이 주목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가능성도 높다. 조선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벼랑에 선 중소 조선소
금융권은 이미 조선업체에 대한 '살생부' 작성에 들어갔다. 퇴출 대상을 결정하는 실무작업은 8일 출범한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 마감시한도 정해졌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데드라인은 오는 23일.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장에 선임된 김병주 교수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고는 했지만 기껏해야 한두 주일 생명이 연장될 뿐이다.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기업들은 가시방석에 앉았다. 백방으로 뛰어다녀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벌써부터 일부 대기업이 매물로 나올 신생 조선소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종 다각화를 위해 조선업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엔 대우조선해양을 염두에 뒀다가 포기한 한 기업이 신생 조선소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 어려운 건 아니다
상당수 중소 조선소들이 퇴출 문턱에 놓여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형 조선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3년 전에 받아놓은 선박 건조 주문이 많다. 이들 선박은 올해 본격적으로 건조돼 매출로 잡히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19척의 배를 완공해 선주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작년(102척)보다 17척 늘어난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드릴십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 및 저장 설비) 등 고가 해양플랜트를 위주로 작년(53척)보다 10척 늘어난 63척을 지을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55척)보다 36% 늘어난 75척을 목표로 삼았다. 한진중공업 STX조선 성동조선 등 '빅3' 바로 아래 조선소들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건조되는 선박이 대체로 예년에 비해 높은 가격에 계약됐다는 것도 매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조선업이 한창 호황일 때 주문을 받은 물량이기 때문이다.
매출과 함께 순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 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후판(厚板) 값은 올 들어 내림세를 탈 확률이 높다. 후판 생산설비는 늘어난 반면 한국 중국 등의 신생 조선소가 대거 일손을 놓으면서 후판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후판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올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 조선의 파급효과
줄줄이 감산에 나서는 등 극심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철강업체들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의 '빅3' 조선소 후판 주문량이 올해 78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비해 11%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180만t의 후판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후판 사용량도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2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김용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의 후판 수요 증가는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호재"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조선업의 선전이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물론 중국의 바오산강철 등 아시아지역 후판 공급업체의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금융권, 신생사 '살생부' 작성 돌입…일부 매물 불가피
경남 통영 성동조선에는 지난달 초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 유력 해운 · 조선 전문지인 '일본해사신문'에서 취재를 나온 것.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소개하는 특집기사에 성동조선을 넣고 싶다는 취지였다. 일주일 뒤에는 뉴욕타임스 자매지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자가 똑같은 아이템을 들고 방문했다. 외신기자 방문은 성동조선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리고 '근사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IHT의 기사 제목은 '위기에도 자신있는 한국 조선소'였다. 전남 남해안의 A조선소는 요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연합회가 구조조정 평가기준을 발표한 이후 주요 경영진은 모두 본사를 떠나 서울에 머물고 있다. 선박 인도 경험이 없고 선박 건조 시설도 완공되지 않아 '퇴출 목록'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주거래은행 등을 찾아다니며 평가 기준을 따져 보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국내 조선업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신생 중소 조선업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상당수 업체는 문을 닫을 공산이 크다.
반면 대형 및 중견 조선업체는 외신들이 주목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가능성도 높다. 조선업계에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벼랑에 선 중소 조선소
금융권은 이미 조선업체에 대한 '살생부' 작성에 들어갔다. 퇴출 대상을 결정하는 실무작업은 8일 출범한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 마감시한도 정해졌다.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데드라인은 오는 23일.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장에 선임된 김병주 교수가 "다소 늦어질 것"이라고는 했지만 기껏해야 한두 주일 생명이 연장될 뿐이다.
규모가 작고 업력이 짧은 기업들은 가시방석에 앉았다. 백방으로 뛰어다녀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벌써부터 일부 대기업이 매물로 나올 신생 조선소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종 다각화를 위해 조선업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엔 대우조선해양을 염두에 뒀다가 포기한 한 기업이 신생 조선소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 어려운 건 아니다
상당수 중소 조선소들이 퇴출 문턱에 놓여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형 조선업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3년 전에 받아놓은 선박 건조 주문이 많다. 이들 선박은 올해 본격적으로 건조돼 매출로 잡히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19척의 배를 완공해 선주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작년(102척)보다 17척 늘어난 규모다. 삼성중공업도 드릴십과 FPSO(부유식 원유 생산 및 저장 설비) 등 고가 해양플랜트를 위주로 작년(53척)보다 10척 늘어난 63척을 지을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55척)보다 36% 늘어난 75척을 목표로 삼았다. 한진중공업 STX조선 성동조선 등 '빅3' 바로 아래 조선소들도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건조되는 선박이 대체로 예년에 비해 높은 가격에 계약됐다는 것도 매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조선업이 한창 호황일 때 주문을 받은 물량이기 때문이다.
매출과 함께 순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한 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후판(厚板) 값은 올 들어 내림세를 탈 확률이 높다. 후판 생산설비는 늘어난 반면 한국 중국 등의 신생 조선소가 대거 일손을 놓으면서 후판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후판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올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 조선의 파급효과
줄줄이 감산에 나서는 등 극심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철강업체들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한국의 '빅3' 조선소 후판 주문량이 올해 78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에 비해 11%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어난 180만t의 후판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후판 사용량도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2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김용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의 후판 수요 증가는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호재"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조선업의 선전이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물론 중국의 바오산강철 등 아시아지역 후판 공급업체의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