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울땐 한마음이지만 공부ㆍ창작활동은 서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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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梨大서 박사학위 받는 이선영ㆍ맹문재 부부詩人
새해 벽두 문단에 '학구파' 시인 부부가 화제다. 맹문재 시인(46 · 왼쪽)과 이선영 시인(45)이 주인공.맹 시인은 남들은 한번도 하기 힘든 박사과정을 두 번씩이나 밟았고,부인도 뒤질세라 다음 달 이화여대 졸업식에서 박사모를 쓴다.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마친 부인 이씨는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박사 과정에 들어가 최근 논문심사를 통과했다. 이씨가 박사과정에 진학하자 문단 친구들은 '아줌마 공부벌레'라고 놀렸다.
'공부벌레'라는 애칭은 남편에 더 어울린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맹씨는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고려대 국문과에 다시 입학해 학부와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20여년에 걸친 '늦깎이 공부'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캠퍼스 문턱을 드나든 그는 현재 안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아이 둘의 교육비보다 몇 배나 많은 등록금을 쏟아붓고도 퇴근하자마자 책상 앞에 앉는 '공부벌레 부부'다. 둘이서 펴낸 책은 시집 · 평론집 · 연구서 등을 합쳐 15권에 달한다.
같은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펼치며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은 어느 부분까지 생활을 공유하며 지낼까. 예상과 달리 이들 부부는 시인으로서의 삶과 가족으로서의 삶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씨는 "같은 가족으로서나 아이들의 부모로서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지만,각자의 공부나 시 창작활동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서로 시 창작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북돋아주고 격려하긴 하지만,막상 결과물을 보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칭찬하기보다는 단점을 지적하거나 비판하게 된다"면서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글을 보여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서로 성향이 다른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차피 글이란 남편 · 아내라는 관계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세계이므로 서로 간섭하지 않고 조심스러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작과 공부는 본인이 알아서 개인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물질 지향의 시성-분비와 배설 생리에 따른 시 창작 원리 연구>를 쓴 이씨는 "논문이 인쇄되어 나오고 난 다음에야 남편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논문에서 분비와 배설의 생리현상을 통해 시 창작의 원리와 과정을 탐색했다. 그는 "보통 시란 정신이나 영혼 등 형이상학적 차원의 산물이라고 보지만,육체를 지닌 인간이 생활과 부딪히면서 나오는 것이 시"라고 얘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공부벌레'라는 애칭은 남편에 더 어울린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맹씨는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고려대 국문과에 다시 입학해 학부와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20여년에 걸친 '늦깎이 공부' 때문에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캠퍼스 문턱을 드나든 그는 현재 안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아이 둘의 교육비보다 몇 배나 많은 등록금을 쏟아붓고도 퇴근하자마자 책상 앞에 앉는 '공부벌레 부부'다. 둘이서 펴낸 책은 시집 · 평론집 · 연구서 등을 합쳐 15권에 달한다.
같은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펼치며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은 어느 부분까지 생활을 공유하며 지낼까. 예상과 달리 이들 부부는 시인으로서의 삶과 가족으로서의 삶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씨는 "같은 가족으로서나 아이들의 부모로서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지만,각자의 공부나 시 창작활동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서로 시 창작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북돋아주고 격려하긴 하지만,막상 결과물을 보면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칭찬하기보다는 단점을 지적하거나 비판하게 된다"면서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글을 보여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서로 성향이 다른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차피 글이란 남편 · 아내라는 관계와 상관없이 개인적인 세계이므로 서로 간섭하지 않고 조심스러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작과 공부는 본인이 알아서 개인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에 박사학위 논문으로 <물질 지향의 시성-분비와 배설 생리에 따른 시 창작 원리 연구>를 쓴 이씨는 "논문이 인쇄되어 나오고 난 다음에야 남편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논문에서 분비와 배설의 생리현상을 통해 시 창작의 원리와 과정을 탐색했다. 그는 "보통 시란 정신이나 영혼 등 형이상학적 차원의 산물이라고 보지만,육체를 지닌 인간이 생활과 부딪히면서 나오는 것이 시"라고 얘기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