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해 여름 유가급등에 따른 운송료 인상을 주장하며 운송거부 투쟁을 벌인 화물연대가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미 화물연대 여수지부는 9일부터 운송비 인하에 반대해 사흘째 운송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부산지부 역시 9일 운송료 인상과 주차장 부지 마련을 요구하며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2일 화물연대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각 개별사업장에서 화물연대 중앙위원회에 제출한 투쟁승인 요구안이 현재 30여 건에 이른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중앙위원회의 투쟁승인 제도가 창설된 이래 개별사업장에서 동시에 이렇게 많은 투쟁승인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진 이유는 기름값 하락에 따른 운송료 인하다.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을 통해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와 운송료 19% 인상에 합의했으나 합의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화물연대 부산지부 관계자는 “운송사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만 인상된 운송료를 지급했으며 12월부터는 다시 운송료를 인하했다”고 밝혔다.운송사들이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을 이유로 지난해 체결한 합의를 어기고 운송료인하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지부 관계자는 “일부 화물노동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덤핑 운송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지난해 파업 때 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운송사들은 기름값이 내린 만큼 시장원리에 따른 운송료 인하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한 부산지역 운송사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보다 경유값이 ℓ당 500~600원 가량 떨어졌는데 어떻게 1800~1900원 수준에 맞춰 운송료를 지급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또 “운송료를 떨어뜨리는 주범은 운송사가 아니라 경기침체”라고 반박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화주가 먼저 운송료를 인하하는 바람에 화주로부터 운송료를 받아 화물차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운송사 역시 운송료를 깎을 수밖에 없다는 것.더구나 일감이 줄자 싼 값에라도 일을 하겠다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나서는 바람에 운송료가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물연대 본부 역시 현장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집단행동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을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화물연대 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총파업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범국민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표면적으로 기름값은 내렸고 현재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모이면 본부도 행동을 하지 않겠느냐”며 “본부차원의 집단행동 돌입여부는 다음달 말 열리는 화물연대 정기대의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각각 1월말과 2월 중순에 정기 대의원회를 개최하는 민주노총, 운수노조와발을 맞춰 집단행동 돌입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