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대로 낮춰 잡았다. 일부 투자은행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성장률 목표(3.0%)나 한국은행의 전망치(2.0%)보다 훨씬 비관적인 예측이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9개 투자은행이 지난해 12월 말 예측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0.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7개 투자은행의 전망치 평균 1.2%보다 0.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또 BNP파리바 등 8개 투자은행이 지난해 10월 말 제시한 성장률 평균 3.0%보다는 2%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두 달 사이에 골드만삭스는 3.9%에서 1.8%로,스탠다드차타드는 3.9%에서 1.4%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투자은행들도 늘어나고 있다. UBS가 지난해 11월 말 -3.0%의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HSBC(-0.6%) 노무라증권(-2.0%) 등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고 지난달 말에는 메릴린치도 -0.2%를 내놓으면서 마이너스 전망에 가세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정부도 성장률 목표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이 통상 국내 예측기관에 비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퍼지고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3.6%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던 LG경제연구원은 두 달 뒤인 12월 1.8%의 수정치를 발표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3.4%로 봤던 성장률 전망을 1.7%로 내려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진다면 한국은 지난해 말에 계획했던 것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정부 목표도 다소나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작년 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도 점점 하향 조정되는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3%가 넘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