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설비 투자비를 당초 계획했던 2조원대에서 1조원대 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1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안정경영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설비 확충보다는 반도체 집적도와 공정을 개선하는 효율성 높이기에 투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하이닉스는 대신 올 하반기 이후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때 시장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김 사장은 “2007년까지 6%에 불과했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지난해 10%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도 이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내년 이후 호황기가 오면 꾸준한 연구개발로 원가 경쟁력을 높인 한국 업체들이 훨씬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프로모스 등 해외 메모리업체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세계 시장 2위인 하이닉스의 입지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문제가 안된다”고 일축했다.김 사장은 “후발업체들에 비해 공정기술에서 1년 이상 앞서고 있어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하이닉스가 지난해 기록한 2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 요청이나 감산·감원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김 사장은 “최근 5000억원 담보대출과 3240억원 신규 증자 등 총 824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계획이 없다”며 “임원 보수 삭감과 직원들의 복지 혜택 반납 등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 형태의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1000여명을 해고한 것과 같은 임금절약 효과도 거뒀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