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미국 애플사에 5년간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금으로 5억달러(약 6800억원)를 받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가격 하락과 경기 침체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게 됐다.

LG디스플레이-애플 동맹 탄생

LG디스플레이는 권영수 사장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IT 전시회 '맥월드'에서 팀 쿡 애플사 COO(최고 운영책임자)와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애플은 향후 제품 생산에 필요한 LCD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공급가격에 대해서는 "애플 측과의 계약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향후 5년간 두 회사의 합의에 따라 정해진다. 지금까지 애플은 전체 LCD 패널 수요의 50%를 LG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로 LG디스플레이의 애플 점유율이 7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5억달러의 선수금은 두 회사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돈은 1월 중 LG디스플레이에 입금되며 일정 기간 거치 후 애플사에 공급하는 제품의 대금으로 상계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5년간 애플사에 현재 규모 이상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할 신제품을 애플사에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향후 5년간 7조~8조원어치의 LC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 거래선 발굴에 총력


이번 계약으로 LG디스플레이는 불경기 탈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LCD 업계는 지난해 중반부터 '공급 과잉→패널가격 하락→감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46인치 풀HD(초고화질) LCD TV용 패널 가격은 지난해 9월 650달러에서 올해 1월 초 505달러까지 하락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 거래선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LCD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애플,델,HP 등을 전담하는 영업담당 임원을 임명했다"며 "애플과의 제휴는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의 결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형 장기 거래선은 불경기 시기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 준다. 한때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위협했던 대만 업체들이 공급 과잉이 시작된 이후 실적이 악화된 것은 대형 장기 거래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이외의 다른 대형 거래선과도 중 · 장기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LCD 패널 가격이 바닥인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5년간의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향후 패널 시세가 반등할 경우 기대 이익이 그만큼 줄어드는 리스크 감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애플은 향후 LCD 패널이 급등할 것으로,LG디스플레이는 가격 조정이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고 각각 판단했을 것"이라며 "두 회사 모두 보험에 든다는 생각으로 이번 계약에 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