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본고장서 아시아 대형차론 첫 쾌거

개발때부터 美시장 겨냥 … 철저한 체험마케팅 성과


'북미국제오토쇼 2009'가 막을 올린 지난 11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개막식과 동시에 매년 자동차분야의 글로벌 최고 전문가 50명이 투표로 선정하는 '2009 북미 올해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회(NACTOY)는 'HYUNDAI GENESIS(현대 제네시스)'란 이름을 외쳤다. 현대차 부스에서 개장을 준비하던 직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대형과 중 · 소형을 아울러 승용차 부문에서 단 1개 모델에만 선정의 영광이 돌아가는 심사에서 거둔 쾌거였다.

◆렉서스 · 인피니티 등 제치고 '넘버 원'

'북미 올해의 차'는 자동차 전문 언론인의 평가를 토대로 전년도 북미지역에 출시된 차량 가운데 선정된다. 디자인과 안전도,연비,승차감,핸들링,주행 만족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1994년 도입된 이후 작년까지 미국차가 8회,독일차가 4회,일본차가 3회 각각 선정됐을 뿐이었다. 한국차는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해왔다.

제네시스는 작년 말 진행된 예심에서 아우디 A4,BMW 1시리즈,도요타 벤자,혼다 피트,캐딜락 CTS-V 등을 제치고 포드 플렉스,폭스바겐 제타 TDI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어진 본심에서 189점을 얻어 2위 플렉스(180점)를 누르고 최고의 차로 뽑혔다. 대형차 부문에서는 일본 업체들도 넘보지 못한,'아시아 최초'의 영예다.

제네시스가 선정된 것은 렉서스,인피니티 등 일본 럭셔리 브랜드도 오르지 못한 벽을 출시 첫 해 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렉서스는 1998년 GS300/400으로,인피니티는 2003년 G35 쿠페로 각각 '북미 올해의 상'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체험 마케팅 빛봤다


현대차가 작년 6월 제네시스를 북미지역에 처음 선보이면서 가장 자신했던 것은 품질이었다. 소비자들이 직접 타보면 그 차이점을 알 것이란 전략을 짜고,세밀한 체험 마케팅을 폈다.

출시 직전인 작년 5월 미국 전역에서 핵심 고객들을 대상으로 순회 시승행사를 시작했다. 사전 우호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반응이 좋자 시승행사 기간을 3개월간 연장했다. 이때 동원된 제네시스만 수백대.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가 높지 않기 때문에,소비자와 언론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공격적인 광고 전략도 북미지역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작년 2월 미국 최대 스포츠행사인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에 광고를 냈다. 하반기에도 대대적인 출시 광고를 집행했다. 경기침체 때 오히려 광고예산을 늘린 것이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슈퍼볼 경기 때도 제네시스 쿠페 광고를 내보내 '제네시스 효과'를 재현할 계획이다.

◆출시 전부터 북미시장 목표

현대차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고급차 시장 진입을 검토한 것은 2002년이었다. 제네시스는 'BH'란 프로젝트명으로 2004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내놓기 위해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만 5000억여원.역대 최대 금액이었다.

북미지역을 겨냥한 전략차종이었기 때문에 국내 및 미국 디자인센터가 공조했다. 미국시장 소비자들이 큰 엔진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국내와 다른 최고출력 375마력의 4.6ℓ 타우엔진을 따로 개발해 장착했다. 이 엔진은 작년 12월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워즈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승차감과 정숙성,제동력,연비(3.8ℓ엔진 기준 9.6㎞/ℓ) 등 각종 성능이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렉서스 ES350 등에 뒤지지 않지만,가격은 3만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의 R&D를 총괄해온 이현순 부회장은 "제네시스는 현대차 최초의 글로벌 럭셔리 세단이자,최초의 후륜구동 승용차이며 최초의 8기통 엔진 모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