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사진)은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정부 경제팀의 신뢰와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12일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초청으로 가진 '제1회 석학강좌'에서 "우리나라 경제팀은 미국 경제팀보다도 시장에서의 신뢰와 리더십이 훨씬 취약한데 현재와 같은 위기 시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성장률 몇 %를 달성하겠다고 하다가 다음날 경제위기가 다가온다고 하는 식의 일관되지 못한 행태는 시장으로 하여금 정책 당국의 말을 불신하게 하고 오히려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만을 초래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은 "경제팀이 시장에서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스로 일관된 위기 극복 청사진을 가져야 한다"며 "큰 그림 없이 대증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스스로 일관성을 잃게 되고 신뢰도 잃기 쉽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한국판 뉴딜'과 관련,"정말 뉴딜을 하려면 경제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30년대 미국의 뉴딜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뿐 아니라 광범위한 금융규제,노동자 권익 보호,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그러나 한국의 녹색뉴딜은 토목건설 중심의,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우리가 과거에 많이 봐왔던 그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