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증권사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2009년 새해 증시 전망도 어둡다.마이너스 성장시대를 준비하고 자본시장 통합법(2월4일 시행)이라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야 한다.그 속에서 위기와 기회요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올해 경영 계획과 증시 전망 등에 대해 물어봤다.(게재순서는 증권사명 가나다순)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사진)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직접 가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품 판매에 솔선수범하는 자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 입장에서 상품의 장단점을 파악, 끊임없이 신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7월 내놓았던 '굿모닝신한 명품랩'은 작년에 지수가 40% 가까이 폭락할 때 수익률이 마이너스 20% 정도로 비교적 선방했다. 이 사장은 다음달 5일에 새 상품 '명품랩 전환형'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명품랩 전환형'은 주식시장이 저점일 때는 인덱스(지수)를 추종하고 정점일 때는 가치주를 편입해 투자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인 상품이다. 고객의 선택에 따라 탄력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운용된다.

이 사장은 "지난해 가입했던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이 폭락장에서 손실을 입게 됐고 ELS상품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이로 인해 장기우량 투자라는 관점에서 기존 상품의 핸디캡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들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4일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의 가장 큰 흐름도 고객입장을 생각하는 '투자자 보호'라고 강조했다. 자통법은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증권,자산운용,선물 등 자본시장 관련업종 간 겸영을 허용하는 게 주요골자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에 대해서도 그는 고객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결제 수수료가 문제가 된다면 서로 그 근거를 제시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시절 상무를 역임했던 그는 "지급 결제는 은행권과 증권업계간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권한,소비자의 선택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객의 수요가 있다면 당연히 되는 쪽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상품과 절름발이 증권상품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서비스가 가능한 2개의 상품 중에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복수거래소 허용 문제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전체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지만 무분별한 시장주의와 경쟁체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취임후 3년만에 10위권에 겨우들었던 굿모닝신한증권을 삼성 대우 우리투자증권에 이은 증권업계 빅4(2008년 당기순이익 기준)로 끌어 올렸다. 자통법 시대를 맞아 2009년을 빅3 진입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사장은 4대 증권사에 오르게 된 원동력으로 조직 구성원의 주인정신을 심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도록 한 점,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창의적 정신,미래 지향적 투자 등을 꼽았다.

그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수수료 인하 대열에 동참하는 등의 지나친 단기 업적주의는 옳지 않다"며 "지금 당장 성과를 거둘 수는 없지만 조직의 장기적 업적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미래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부터는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준비중인 홍콩 교육센터에서 직원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스카웃 경쟁이 일반적인 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인력 양성을 통해 전문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임기를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340억원이 드는 9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동남아시아, 중국, 미국,러시아 등지에서 부동산, 신재생에너지 등에 직접 투자(PI,Principal Investment, 자기자본투자)도 해 놓았다.

그는 사무실 건너편에 있는 프리젠테이션룸에서 각국에 투자한 내용을 표시해 놓은 세계 지도를 보여줬다. "취임 초부터 투자에 나선 결과 올해 2~3건, 1분기 중으로 1건 정도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사장은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에 읽었다는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을 빌어 올해 증시를 전망했다. 극단적 비관을 경계하고 작년 폭락장 속에서도 1등과 꼴찌가 있었듯이 올해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 요인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잇따른 금리인하로 인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 엔고에 따라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 유가안정 등을 올해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환율만 안정된다면 한국기업으로선 올해 시장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세계적인 경기부양책 수혜가 기대되는 한국 내 건설, 기계 등 SOC관련업종의 반등이 돋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쟁력이 있는 한국기업들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