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화장이 짙어진다는 '립스틱 효과'가 한국 유통업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큰 규모의 소비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 사치'를 즐기는 고객들의 심리 덕분에 백화점뿐만 아니라 TV 홈쇼핑에서 립스틱을 비롯한 여성 화장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

13일 화장품 업체 엔프라니에 따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 박태윤씨가 설계한 브랜드 'SEP'(셉)의 '로맨틱 노블 메이크업'(10만8000원) 세트는 지난 12월 첫 선을 보인 이래 TV홈쇼핑에서 매회 평균 3000 세트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가 개발에 참여한 브랜드 '루나 by 조성아'(9만9000원)도 지난해 GS홈쇼핑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루나 by 조성아'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총 40만 세트가 팔려 GS홈쇼핑이 뽑은 '2008년 히트상품' 1위에 선정됐다.

이들 제품이 홈쇼핑 브랜드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에는 불황의 힘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화장품은 매일 쓰는 필수품인데다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바꿔 써야 하지만 불황으로 여러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진 소비자들이 개별 상품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트 구입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루나 by 조성아'는 낱개 구입시 2만~3만원인 파운데이션과 파우더, 아이쉐도우, 립글로스 등 색조 화장품 7~9종을 9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세트로 구입하면 낱개로 구입한 것보다 50% 가량 저렴한 것이다.

엔프라니 임병선 마케팅 실장은 "홈쇼핑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품질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온라인쇼핑몰도 화장품의 주소비고객인 20~30대를 타깃으로 명품 화장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몰은 1월 12일부터 '명품 화장품관'을 오픈하고, 다양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유치, 판매하고 있다. 크리니크(CLINIQUE), 랩 시리즈(LAB Series), 오리진스(ORIGINS), 굿스킨(good skin), 셀렉스 C(CELEX-C), 시세이도(SHISEIDO), 딸고(THALGO), 스매쉬박스(Smash box) 총 8개 브랜드를 1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도 준비됐다.
CJ몰은 '스매쉬박스 아이섀도우 트리오'를 최고 65% 할인된 가격 1만4000원대에 한정 판매하며, 다른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오리진스 메이크어 디퍼런스 세트'(5만5000원)도 단독 구성했다. '셀렉스 C 어드밴스드 스킨'(30ml·13만2000원)을 구입하면 6만6000원 상당의 '셀린 E-크림'(30ml) 정품을 받을 수 있다.

CJ몰 화장품 담당 상품기획자 최희은씨는 "CJ몰의 경우에도 경기 침체가 심했던 작년 10~12월 화장품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며 " 올해도 이러한 '립스틱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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