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뒤바뀐 아이)은 위대한 모성을 주제로 한 감동 실화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려는 어머니의 소망은 어두운 사회의 부패구조를 뒤흔들고,암울한 삶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스트우드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탐색한 부성애보다 이 영화 속 모성애의 뿌리가 더 깊고 넓다.

전작들에서는 결점 많은 아버지가 희생을 통해 가족과의 화해를 시도했지만 '체인질링'의 모성은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그 구조마저 바꾼다.

드라마의 진폭도 훨씬 크다. 미아찾기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경찰의 부패사슬로 이어지다가 충격적인 연쇄살인,삶과 죽음의 문제로 연결된다.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직장여성 크리스틴(앤젤리나 졸리)은 홀로 키우던 어린 아들 월터가 실종되자 그를 찾아줄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

몇 달째 수사가 겉돌고 여론도 악화되자 경찰은 엉뚱한 아이를 데려다 놓고 크리스틴에게 아들이라고 주장한다. 크리스틴이 불복하자 경찰은 그녀를 정신이상으로 몰아간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카메라 뒤로 모습을 숨긴 채 철저히 크리스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연출했다. 화면에 포착된 크리스틴은 아들 얘기에는 금세 눈물을 떨구는 어머니이지만 경찰과 정신병원 측의 위협과 폭력에는 당당히 맞서는 강단있는 여성이다.

그렇지만 여권운동가들처럼 자신의 목청을 높여 경찰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는 포용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식이 연쇄살인의 희생양이 됐을 것이란 심증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크리스틴의 이런 자세야말로 대중을 설득해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크리스틴 역 앤젤리나 졸리는 '섹시한 여전사'에서 '숭고한 어머니'로 변신했다. 졸리는 어머니의 분노와 저항,포용과 사랑의 감정들을 능란하게 펼쳐낸다.

실생활에서 입양아들을 키운다는 보도와 겹쳐져 그녀의 변신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배우 출신인 이스트우드 감독은 졸리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도록 촬영에 들어갈 때 "액션"이란 구호를 외치지 않았다고 한다. 22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