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LS산전 CEO jkkoo@lsis.biz>

필자는 한때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서울시 수중협회 회장을 맡아 바다 속에 잠수한 횟수만도 2000번이 넘을 정도다. 바다 속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다 보면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는 묘한 매력에 빠지곤 한다. 물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도 더없이 좋다.

간혹 룰을 어긴 다이버들이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지만,필자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공부를 통해 스쿠버다이빙을 안전하게 즐겼으며,많은 다이버들도 아무런 문제없이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스쿠버다이빙은 혼자가 아니라 적어도 다이버 두 명이 짝을 이뤄 서로 위험을 체크하기 때문이다. 입수하기 전,자기 자신의 장비가 아니라 상대방의 장비를 점검한다. 입수해서는 서로를 살피다 보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서로 도와주며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스쿠버다이빙은 상호 신뢰와 믿음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스포츠다.

기업도 요즘처럼 어려운 경영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을 스쿠버다이빙이 주는 교훈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경영위기가 심해질수록 노와 사,더 나아가 자기 기업의 이익만을 좇다 공멸하는 사례를 흔히 보곤 한다. 이는 마치 심해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동료를 발로 차버리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위기상황에서는 내 숨을 빌려줘서라도 함께 숨을 쉬며 위기를 헤쳐 나오는 다이버들처럼 기업들은 노사가 서로 신뢰를 갖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며,협력업체는 물론 경쟁사까지도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정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불황 탈출을 위해 노와 사가 고통 분담을 선언하는가 하면,대기업 경쟁사끼리 원료와 제품을 나눠 쓰기도 한다. 중소기업끼리 공장을 공유하거나 공동 브랜드를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필자의 회사도 노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 컨설팅,상생협력펀드를 통한 금융 지원,미래기술 공동 연구 등을 통해 협력회사뿐만 아니라 업계의 상생(相生)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처럼 노사 간,업계 간 상호 신뢰가 있기에 불황의 파도를 슬기롭게 넘기고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리라고 믿는다.

경제가 어렵지만 내 숨을 빌려주는 고통 분담과 신뢰가 전제된다면 현재의 위기는 기업 체질을 강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공존공영을 위해 상대방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