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식 <증권부 차장 hssohn@hankyung.com>

이번 주부터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이 펼쳐진다. 미국에선 이미 세계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가 스타트를 끊었고,우리도 오는 15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잇따라 공개한다.

이번 어닝시즌은 투자자들은 물론 정책당국자들에게도 의미가 크다. 향후 경기의 저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공포와 충격 속에 맞았던 작년 3분기 실적발표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증시는 새해 들어 주가가 10% 가까이 오르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어닝시즌이 다가오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양상이다. 주식을 1조5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상승장을 이끌던 외국인들이 기업실적 부진을 의식해 주식매입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만큼 이번 어닝시즌은 증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에 이어 올 1분기도 나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에선 알코아가 6년만의 적자라는 성적표를 내놓아 뉴욕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실적은 특히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잣대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해도 '옥석'은 가려야 한다. 상황이 어렵다지만 예상 밖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는 업체도 분명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어닝시즌에 챙겨봐야 할 것은 개별기업의 과거실적만이 아니다. 앞으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어떻게 될지를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많은 기업이 새해 경영계획을 제대로 짤 수 없을 만큼 글로벌 경영환경이 여의치 않은 시점이어서 더욱 관심이다. 경기에 3~6개월 선행한다는 주가 방향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컨퍼런스 콜'이다. 주로 대형 상장사들이 기업설명회(IR)와 함께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현황과 전망을 밝히는 자리다. 그동안 기업들의 분기별 전망에 대해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치를 발표해왔지만,이번 어닝시즌에선 상장사 재무담당임원(CFO)의 입을 통해 해당 회사의 업황전망과 경영목표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40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올 1분기엔 적자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2분기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나와 있다. 만일 이 회사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 같은 전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경우엔 증시가 1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다.

경기가 워낙 안 좋은 만큼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낮아져 있다. 그렇지만 기업실적의 바닥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인지 아니면 늦춰질 것인지에 따라 우리 금융시장과 전체 경제의 방향성이 좌우될 것이란 점에서 관심이 높다. 정책당국자들도 이번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달되는 기업현장의 목소리에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