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다툼ㆍ입법전쟁…18대 첫 국회135일 '허송'
법안뒷전…결국엔 '벼락치기' 14일부터 31일까지 개점 휴업

국회가 13일 본회의를 끝으로 긴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지난해 9월1일 정기국회에 이은 두 차례 임시국회까지 포함한 135일간의 18대 첫 국회는 빈약한 입법활동 등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신 쇠망치와 전기톱,소화기 소화전의 등장과 몸싸움 등으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모처럼의 휴식을 맛보게 된 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라한 성적표

135일은 정쟁의 연속이었다. 정기국회 초부터 여야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맞붙어 20일 가까이를 허송했다. 이후부터 10월25일까지는 국정감사와 그 준비에 시간을 보냈다.

때문에 9월에는 5건의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했고 10월에는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17대 첫 정기국회에서 9월 한 달 동안 29건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대비된다.

11월부터 의원들의 관심사는 단연 '지역구 밥그릇 챙기기'였다. 상임위별로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면서 소관 상임위의 예산안 처리와 지역 예산 배분에 매달렸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할 때 꼭 거쳐야 하는 법안심사소위를 정무위와 행정안전위 등 6개 상임위에서 11월까지 구성조차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100일간 통과된 125건의 법안 중 96건이 정기국회 폐회 하루 전에 '벼락치기'로 처리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예산안에 밀려 처리되지 않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소집한 12월 임시국회는 더욱 가관이었다. 12월15일부터 민주당이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한 이후 1월6일 여야 협상으로 국회가 정상화되기까지 23일간 공전했다.

야당이 국회 본청에서 농성하며 연일 무협영화를 방불케 하는 활극을 펼치면서 당초 한 달을 계획했던 임시국회 일정은 일주일로 줄었다. 연속되는 파행 속에서 여야는 두 차례 본회의를 열어 93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개점휴업 1월 임시국회

민생법안 처리에 시간이 부족하다며 9일부터 소집된 1월 임시국회는 14일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가게 된다.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법안을 '쟁점이 없는 법안'으로 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4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 회의 일정도 잡혀 있지 않다. 의사과 관계자는 "아마 앞으로도 일정이 없을 듯하다"면서 "작년 9월부터 계속된 회기에 의원들도 많이 지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예정된 회기 23일 중 휴일을 빼면 일한 날은 3일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열린 두 번의 임시국회에서 실제로 일한 기간은 12일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은 5일 중 3일을 해외여행으로 보내며 부실했던 18대 첫 국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