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몇몇 대기업들이 들썩였다.

전 위원장이 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 금융 세미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을 통해 동부,두산 등 중견그룹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전 위원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동부와 두산에는 유동성 위기설을 묻는 문의가 쏟아시기 시작했다. 당연스레 시장도 출렁였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두산은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두산 측은 “유동성 문제는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두산은 자료를 통해 “두산테크팩,주류 등의 매각에 나서는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2월에 들어올 주류매각 대금을 반영하면 2조원 수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룹 전체적으로 영업에서 1년간 벌어들이는 현금(EBITDA 기준)은 2조5000원에 달하는 반면,연간 금융비용은 약 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융비용 지출은 25%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동부 관계자도 “진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전 위원장의 말 한마디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진땀을 흘렸다.

최근 동부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부제철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두산도 최근 비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전 위원장의 말은 마침 이 같은 상황과 맞물리면서 시장에 큰 충격과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전 위원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즉각 금융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전 위원장의 발언은 특정 기업을 염두해둔 게 아니다”라며 불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 위원장의 불필요한 기업 실명 거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몇몇 대기업들이 진의와 상관없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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