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2월에 예정된 주주총회에 앞서 자진 사퇴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퇴 배경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04년 선임된 뒤 2007년 2월 주총에서 2010년 2월까지 3년 임기로 연임됐다.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공식적인 임기보다 1년 일찍 자리를 비우게 되는 셈이어서 사퇴 이유에 대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재계에서는 지난해 말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인해 이 회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 회장에 대한 사정설이 끊임없이 재기돼 온 탓이다.

이 회장이 결국 안팎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진 사퇴를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검찰은 포스코가 2005년 대구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의 칼날을 이 회장 쪽으로 겨눴다.

당시 검찰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고 밝혔지만,포스코는 수사 배경 및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미 검찰 수사가 들이닥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민영화된 공기업 중 첫번째가 KT,그 다음은 포스코’라는 시나리오까지 업계에 나돌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말께 청와대는 포스코에 일부 사외이사 교체를 주문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회사가 논란에 휩싸여 어수선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회장직을 내놓고 회사가 조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회장은 지난해말 청와대 측에 “오는 2월에 예정된 포스코 주총 이전까지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직을 맡고 이후에는 퇴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이 잔여 임기를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임기 전인 주총 전에 퇴진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이 최근 포스코 고위 임원들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 회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들은 아직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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