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양측간의 현격한 견해차는 물론 중재국 이집트와 분쟁 당사자들간의 이견으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터키가 `해결사'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가 중재에 나선 휴전 협상이 그간 순조롭게 풀려나가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핵심 사안인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의 보안대책과 관련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전쟁의 주도권을 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른바 `필라델피 회랑'이라고 불리는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지대에 수백 개의 땅굴을 뚫어 무기류 등을 밀반입해왔다고 지적하며 휴전 조건으로 이곳에 대한 철저한 보안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필라델피 회랑'에 다국적군과 땅굴탐사 능력을 갖춘 선진기술진을 배치함으로써 무기밀수를 차단해 하마스의 재무장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게 이스라엘 측이 내세우는 휴전의 전제조건이다.

이에 대해 이집트는 자국 영토에 외국군을 배치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대신에 자금과 기술력을 지원받으면 자국의 국경수비대로도 지하 땅굴을 효과적으로 적발해 하마스의 무기밀수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마스도 가자지구에 외국군이나 국제감시단을 들여놓는 안을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봉쇄정책 해제를 휴전의 전제조건으로 견지해왔다.

이처럼 전쟁 당사자나 중재자가 불협화음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범아랍권 신문인 알-하이야트는 13일 하마스가 종전의 입장을 철회하고 터키군을 이집트-가자지구 사이의 라파 국경통과소에 배치하는 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근거 중 하나로 이 신문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하마스는 터키군의 배치에 동의할 것"이라는 하마스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터키는 그간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요청이 있다면 군부대를 이집트-가자지구 국경에 파견할 용의도 있고, 기술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거듭 밝혀온 터라 실제로 하마스가 터키군 배치안을 수용한다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해온 휴전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터키 총리의 외교정책 고문인 아흐메트 다부토글루는 시리아에서 지난 이틀간 3차례나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리드 마샤알을 만나 휴전 논의를 벌였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집트로서도 미국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보다는 같은 이슬람권 국가인 터키의 군부대가 배치되는 방안에 거부감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방안의 성사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집트가 터키군의 국경 배치에 끝내 반대하더라도 하마스가 수용만 한다면 가자지구 쪽에 터키군을 배치하고 이집트 쪽에는 선진 기술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미군이나 나토군의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지만, 지난해 시리아와의 휴전 협상을 4차례 중재했던 터키가 `대타'로 나선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터키와 이스라엘은 각별한 관계"라며 이번 전쟁으로 인해 터키와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언급, 터키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휴전 중재차 중동 순방길에 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행선지 중 한 곳으로 터키를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긍정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터키 카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여전히 불분명한데다 설령 모든 관련국이나 하마스가 터키군의 배치에 원칙적인 찬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휴전 협상의 최종 타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아직 낙관적 결말을 기대하기는 지나치게 일러 보인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