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큼 고령화 속도가 빠른 나라도 드물다.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서는 '고령화사회'에 이미 1999년에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이면 노인 비중이 14%를 초과하는 '고령사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은퇴 후 생활설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노후 생활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소득대체율이 있다. 은퇴 후 수입이 은퇴 이전 소득의 몇 %가 적당한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대개 선진국은 70% 정도를 적절한 소득대체율로 본다. 기본적인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소득 수준이란 의미다.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연금 시스템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으로 구분된다. 안타깝게도 국가에서 보장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한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정부는 지난해 50%가량이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점차 낮춰 2028년까지 약 40%로 조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만 65세부터 매달 받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만 20세부터 60세까지 국민연금을 낸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근로기간이 이보다 짧은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은 23%에 불과하다는 추정치도 있다. 따라서 개인연금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됐다.

◆'+α'를 위한 개인연금 활용법

연금가입을 앞두고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출발이 빠를수록 좋다는 점이다. 60세에 5억원의 은퇴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결심한 서른살의 A씨가 있다고 치자.연 5%씩 평균수익을 낸다고 가정하고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하면 매월 60만원씩 납입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10년을 미뤘다가 마흔살에 투자를 시작하면 매월 120만원이 든다. 쉰살이면 320만원 이상 부어야 한다. 기간이 길수록 힘을 발휘하는 복리효과 때문에 무조건 일찍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서 개인연금 상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이를위해선 은행의 연금신탁,보험사의 연금보험,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 등의 차이점을 파악하는 게 필수다. 개인연금은 매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단 10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대개 55세부터 연금으로 매월 또는 원하는 주기마다 원리금을 나눠 받는다. 하지만 가입 5년 이내에 해지하면 2.2%의 해지가산세와 기타소득세 등을 물어야 한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상품임을 잊어선 안된다.

은행의 연금신탁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 원금보장이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투자자산별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과 자산의 10% 이내에서 주식에 일부 투자하는 안정형으로 나뉜다. 안전하게 운용되는 대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흠이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상품별로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의 경우 은행에 따라 1~7%의 연 수익률을 올렸다.

연금보험도 주식에 투자하는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제외하고는 원금보장이 된다. 특히 연금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금수령 기간을 사망 때까지 종신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10년 이상 납입하면 보험차익(납입보험료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다. 자금출처 조사도 없다. 상당수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연금보험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다. 각종 특약을 활용해 사고 등에 대비한 위험보장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것도 연금보험의 경쟁력이다. 다만 보험은 일정부분 사업비를 떼고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단기간으로는 수익률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자산운용사의 연금펀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위험 성향에 따라 주식형 · 주식혼합형 · 채권형 중에서 고르면 된다.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률 변동폭이 크지만 매월 적립식으로 장기간 투자할 경우 주가하락 때는 저가에 주식을 사서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찍 연금투자를 시작하고 고수익을 노린다면 연금펀드가 상대적으로 낫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가장 성적이 좋은 연금펀드는 '신영연금주식혼합1'로 83.1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주식형으로는 '하나UBS인베스트연금주식S-1'이 56%로 5년 수익률이 가장 좋다. 채권형은 상품별로 5년간 21~24% 수준이다.

◆갈아타기도 가능


개인연금은 10년 이상 투자하는 장기상품이므로 금융회사의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운용 성과가 흡족하지 않을 경우 가입 회사를 옮길 수 있는 계약이전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연금신탁,연금보험,연금펀드 세 상품 간에 자유롭게 이전이 가능하다. 이 경우 소득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상품에 따라 약간의 수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금펀드의 경우 주식형으로 가입했다가 연령대가 높아지면 안정성이 높은 혼합형이나 채권형으로 갈아타는 상품도 있다. 다만 상품에 따라 혼합형에서 주식형으로 이전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 가입 전에 점검해야 한다. 서보완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팀장은 "이전을 원하는 회사의 장기적인 수익률은 물론이고 재정상태 등 경영 안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