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경영전략] SK ‥ 시나리오 플래닝을 생존 키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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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개발에 1조 이상 투자… '에너지 독립국' 기반 구축도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 · 내가 살아 남아야 남을 물리칠 수 있다)" "10년 후 SK가 살아 남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최태원 SK 회장이 올 들어 사내 행사나 재계 모임에서 '생존'을 경영화두로 던지며 강조한 말이다. 예전과 달라진 최 회장의 강경화법은 SK 전 임직원들에게 올해 어려워진 경영환경으로 인한 위기의식을 환기시키고,전 계열사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SK 전 계열사를 통해 생방송된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10년 전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10년이 준비하고 훈련하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실전의 시간이 시작됐다"고 지적하며 올해의 힘겨운 경영환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환경에 대응하고,수립한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해 나가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올해 변화와 도약을 위해 △본원적 경쟁력 및 전략 실행력 제고 △성장 여력 축적 및 미래 전략 옵션(option) 개발 △'또 같이' 수준의 한 단계 진화 △지속 가능한 행복 추구 등을 올해 4대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위기경영
SK그룹 각 계열사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해 올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변수를 감안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각각 마련해 놓은 뒤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기법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로 성장한 '로열 더치 셸'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시나리오 플래닝은 2007년 효력을 발휘했다. SK경영경제연구소는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신용 경색을 확대하고 자산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려 한국 등 전 세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자,최 회장이 즉각 각 계열사에 시나리오 플래닝에 따른 환 리스크 방안을 세울 것을 지시한 것.그 결과 SK에너지는 매출 채권 조기 결제,장기 차입금에 대한 환 헤지를 통해 지난해 3분기에만 환차손을 4000억원대로 줄였다. 최 회장이 주문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실제 경영에서 주효하자 각 계열사들은 2009년도 경영계획을 시나리오 플래닝에 맞춰 세워놓고 있다.
◆자원개발투자는 또하나의 생존 전략
SK그룹은 자원그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SK에너지가 원유 정제회사에서 자원개발 회사로 탈바꿈한 데 이어 SK네트웍스와 SK가스 등도 자원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이 무기가 되는 에너지 전쟁시대에 SK그룹이 에너지 안보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그룹 차원으로 나선 것이다.
SK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자원은 원유뿐만 아니라 동,유연탄,아연,인광석 등 모든 자원을 망라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자원개발 관련 투자비를 올해 1조원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1조원대의 자원개발 투자비는 지난해 49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영국,브라질,리비아,페루 등 17개국 32개 광구에서 확보한 5억1000만배럴의 지분 원유 보유량을 2015년까지 8조5000억원을 투자해 10억배럴까지 늘리기로 했다. 10억배럴은 한국 국민이 50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에너지 독립국'의 꿈에 한 발 다가서게 된다.
SK네트웍스는 2014년까지 30조원가량의 자원을 확보해 세계 자원산업에서 50위권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지난 5월 중국 5대 동(銅) 복합기업인 북방동업 지분 45%를 인수했다. 현재 SK그룹이 전 세계에서 확보한 광물자원이 10여 종을 넘어서며,그 양도 30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국내 LPG의 안정적 공급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 SK가스는 2006년부터 해외 석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가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존 LPG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SK가스는 2006년 러시아 캄차카 지역 육상광구 탐사사업에 참여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서는 미국 멕시코만 해상광구 탐사사업 및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