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회사 망치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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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구조조정은 우리에게 무시무시한 단어로 다가온다. 칼이 연상되고 누군가의 피를 부르는 것 같아서다.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이나 감원, 해고 등이 수반되긴 하지만 구조조정이 꼭 인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글자 그대로 보면 회사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성장 동력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비교적 저성장 분야에는 반대로 투입을 줄여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방향을 맞추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감원을 포함한 축소지향 활동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경영 파탄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이 정부나 금융권으로부터 할 수 없이 구조조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는 부채탕감이나 이자유예 등을 이유로 축소지향의 구조조정 방향이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특수한' 구조조정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 그 정도의 위기에 몰리지 않는 기업들까지 마치 구조조정이라면 당연히 사람을 줄이고 신규사업을 포기하고 연구개발(R&D) 자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같아 보인다.
회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관리나 재무 부서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탓이 가장 크다. 피터 드러커 박사의 통찰력을 빌려 말하면 이런 부서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을 '선(善)한 활동'이라고 믿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투자수익이 적은 부분에서 철수하고,신규채용을 억제하고,회사를 나가는 고액 연봉자도 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수지개선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은 곧 한계를 드러내게 돼 있다. 시장을 상대로 한 기업은 시장의 역동성보다 앞서가기는 어렵지만 한참 뒤져서는 안 된다. 자원배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판을 생각해보자. 앞으로 2~3년은 수익을 못 내지만 4~5년 뒤에는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에 5억원의 신규 투자자금이 필요하고,서서히 죽어가지만 매년 이익을 내고 있는 부문에 통상 예산 1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결론은? 당연히 5억원의 신규투자자금이 중지된다. 또 하나 인력문제를 보자. 능력 있는 억대 연봉자를 내보낼 것인가,3000만원짜리 젊은 사원을 내보낼 것인가. 당연히 억대 연봉자를 밀어낸다. 나이도 많으니 명분도 좋다.
두 가지 조치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에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기업들이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래청사진을 짜는 거창한 활동이 돼야 한다. 이왕이면 잘될 것을 찾아 모험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다. 구조조정은 미래를 위한 활동이어야 하지,현재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연초 많은 회사들이 구조조정 방향을 잡고 있지만 임금 삭감 등 벌써부터 현재에 살아남기 위한 활동 중심으로 흐르는 듯이 보인다. 그것이 전부면 나라에도 희망이 없다. 5년간 민간의 90조원 투자를 기대하고 만든 정부의 '신성장동력 추진 전략'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 기업이라면 나라의 미래도 책임져야 한다.
구조조정은 우리에게 무시무시한 단어로 다가온다. 칼이 연상되고 누군가의 피를 부르는 것 같아서다.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예퇴직이나 감원, 해고 등이 수반되긴 하지만 구조조정이 꼭 인력 감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글자 그대로 보면 회사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성장 동력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비교적 저성장 분야에는 반대로 투입을 줄여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데 방향을 맞추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감원을 포함한 축소지향 활동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경영 파탄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이 정부나 금융권으로부터 할 수 없이 구조조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는 부채탕감이나 이자유예 등을 이유로 축소지향의 구조조정 방향이 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특수한' 구조조정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데 있다. 그 정도의 위기에 몰리지 않는 기업들까지 마치 구조조정이라면 당연히 사람을 줄이고 신규사업을 포기하고 연구개발(R&D) 자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 같아 보인다.
회사 사회에서 이런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관리나 재무 부서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탓이 가장 크다. 피터 드러커 박사의 통찰력을 빌려 말하면 이런 부서들이 자기들이 하는 일을 '선(善)한 활동'이라고 믿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부채비율을 줄이고,투자수익이 적은 부분에서 철수하고,신규채용을 억제하고,회사를 나가는 고액 연봉자도 말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의 수지개선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은 곧 한계를 드러내게 돼 있다. 시장을 상대로 한 기업은 시장의 역동성보다 앞서가기는 어렵지만 한참 뒤져서는 안 된다. 자원배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판을 생각해보자. 앞으로 2~3년은 수익을 못 내지만 4~5년 뒤에는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에 5억원의 신규 투자자금이 필요하고,서서히 죽어가지만 매년 이익을 내고 있는 부문에 통상 예산 1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결론은? 당연히 5억원의 신규투자자금이 중지된다. 또 하나 인력문제를 보자. 능력 있는 억대 연봉자를 내보낼 것인가,3000만원짜리 젊은 사원을 내보낼 것인가. 당연히 억대 연봉자를 밀어낸다. 나이도 많으니 명분도 좋다.
두 가지 조치의 공통점은 모두 현재에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기업들이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래청사진을 짜는 거창한 활동이 돼야 한다. 이왕이면 잘될 것을 찾아 모험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 판단이다. 구조조정은 미래를 위한 활동이어야 하지,현재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연초 많은 회사들이 구조조정 방향을 잡고 있지만 임금 삭감 등 벌써부터 현재에 살아남기 위한 활동 중심으로 흐르는 듯이 보인다. 그것이 전부면 나라에도 희망이 없다. 5년간 민간의 90조원 투자를 기대하고 만든 정부의 '신성장동력 추진 전략'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 기업이라면 나라의 미래도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