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재무위원회가 '제111회 미 의회의 통상관련 이슈' 보고서에서 한 · 미FTA와 관련하여 자동차 등 몇가지 쟁점(爭點)들을 제기했다. 또 힐러리 차기 미 국무장관 내정자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 · 미FTA가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공정한 무역조건을 확보하는데 실패했으며 쇠고기 수출에서도 우려할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 · 미FTA에 대해 미 의회나 새 정부가 제기할 만한 쟁점들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대목이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사전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이미 알려진 자동차와 함께 쇠고기, 쌀, 그리고 개성공단 문제 등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제외하곤 쟁점이 될 것같지 않다. 쇠고기는 FTA와 별개 사안이지만 양국 협상을 통해 일단락됐고, 쌀은 당초 FTA협상에서 제외됐던 것이란 점에서 미국이 쟁점으로 삼기엔 명분이 약하다. 개성공단 문제는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있다는 점에서 쟁점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자동차 정도다.

미 재무위 보고서 등은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 수가 한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자동차 수의 54배나 되는 등 심각한 무역불균형"이라며 그 이유를 비관세장벽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비관세장벽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언론들도 지적했듯이 가격 품질 등의 측면에서 미 자동차가 한국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한 때문임은 미국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미 산별노조총연맹은 자동차 재협상이 없이는 한 · 미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라고 한 반면, 미국 IT산업의 대명사라고 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한 · 미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미 새 정부가 균형감각을 갖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한 · 미FTA 비준을 질질 끌기보다는 조속히 매듭짓고, 미 차기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한 · 미 양국이 어렵사리 이끌어 낸 FTA 협상이 특정 이익단체가 제기하는 근거없는 쟁점들 때문에 무산(霧散)된다면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의 국익에도 큰 손실이란 점을 제대로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