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소설 '촐라체' 아들이 연극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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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씨 데뷔작 … 내달 13일 소월아트홀 무대에
"현대인의 상처 치유하는 모성본능에 초점맞춰"
"연극 연출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입장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정면으로 맞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출하기 가장 힘든 작품을 일부러 골랐죠.그게 소설 《촐라체》입니다. "소설가 박범신씨(63)의 아들 병수씨(35)가 아버지의 산악소설 《촐라체》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어느 이복 형제가 촐라체 등반 과정에서 겪는 조난과 생환 이야기.2004년 에베레스트 서남쪽 해발 6440m에 이르는 촐라체를 등정한 산악인 박정헌씨와 최강식씨의 경험담을 모티브로 삼았다.
내달 개막하는 이번 공연은 아들 박씨가 연출가로 본격 데뷔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유명 작가인 아버지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촐라체에서도 살아내려오는 데 그런 것쯤을 두려워해서 되겠느냐"며 "나에게 연극은 평생 동안의 여정이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조연출로 활동해왔다.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밀양'의 시나리오와 촬영 작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 뿐만 아니라 각색까지 맡았다. 아버지에게 소설의 연극화를 허락받을 때도 이미 각색한 시나리오를 들고 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연의 막이 오를 때까지 시나리오를 보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도 우리는 볍씨를 뿌린다'와 '겨울강하늬바람'을 직접 연극 대본으로 쓴 경험이 있는 작가로서는 아들의 작품에 너무 참견하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원작은 내 손에서 이미 떠났어요. 게다가 이 연극은 텍스트가 촐라체일 뿐이에요. 무대에는 원작자가 아닌 연출가의 작품이 올라가야 합니다. "
산악작품이다 보니 무대화하는 작업이 힘들고 배우들의 훈련 과정도 혹독할 수밖에 없다. 주연을 맡은 김태훈,한재범,김영주씨는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일주일에 3회씩 실내 암벽연습장에서 훈련을 받았고,일주일에 한번은 실제로 암벽에 올랐다.
소설이 인간의 치열한 야성을 일깨우는 '부성적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극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치유하는 모성적인 본능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아버지의 작품이 젊은 도전정신을 강조한다면 저는 젊은이들의 상처를 쓰다듬고 치유하고 싶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인물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버리고 생환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 목표죠."
아직 작가와 연출가 사이에 저작권료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없다. 아버지는 "액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연극이 잘 안 되면 오히려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또 "그 소설은 우리 아이들과 또래의 젊은이들한테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라며 "아들이 연출을 위해 내 작품 중 가장 열심히 읽었다는 점에서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월13~22일 서울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에서 12회에 걸쳐 공연된다. 1만~4만원.(032)888-8836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현대인의 상처 치유하는 모성본능에 초점맞춰"
"연극 연출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입장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정면으로 맞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출하기 가장 힘든 작품을 일부러 골랐죠.그게 소설 《촐라체》입니다. "소설가 박범신씨(63)의 아들 병수씨(35)가 아버지의 산악소설 《촐라체》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어느 이복 형제가 촐라체 등반 과정에서 겪는 조난과 생환 이야기.2004년 에베레스트 서남쪽 해발 6440m에 이르는 촐라체를 등정한 산악인 박정헌씨와 최강식씨의 경험담을 모티브로 삼았다.
내달 개막하는 이번 공연은 아들 박씨가 연출가로 본격 데뷔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유명 작가인 아버지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그는 "촐라체에서도 살아내려오는 데 그런 것쯤을 두려워해서 되겠느냐"며 "나에게 연극은 평생 동안의 여정이기 때문에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조연출로 활동해왔다.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밀양'의 시나리오와 촬영 작업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 뿐만 아니라 각색까지 맡았다. 아버지에게 소설의 연극화를 허락받을 때도 이미 각색한 시나리오를 들고 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연의 막이 오를 때까지 시나리오를 보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도 우리는 볍씨를 뿌린다'와 '겨울강하늬바람'을 직접 연극 대본으로 쓴 경험이 있는 작가로서는 아들의 작품에 너무 참견하게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원작은 내 손에서 이미 떠났어요. 게다가 이 연극은 텍스트가 촐라체일 뿐이에요. 무대에는 원작자가 아닌 연출가의 작품이 올라가야 합니다. "
산악작품이다 보니 무대화하는 작업이 힘들고 배우들의 훈련 과정도 혹독할 수밖에 없다. 주연을 맡은 김태훈,한재범,김영주씨는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일주일에 3회씩 실내 암벽연습장에서 훈련을 받았고,일주일에 한번은 실제로 암벽에 올랐다.
소설이 인간의 치열한 야성을 일깨우는 '부성적 코드'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극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치유하는 모성적인 본능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아버지의 작품이 젊은 도전정신을 강조한다면 저는 젊은이들의 상처를 쓰다듬고 치유하고 싶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인물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버리고 생환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 목표죠."
아직 작가와 연출가 사이에 저작권료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는 없다. 아버지는 "액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연극이 잘 안 되면 오히려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또 "그 소설은 우리 아이들과 또래의 젊은이들한테 읽히고 싶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라며 "아들이 연출을 위해 내 작품 중 가장 열심히 읽었다는 점에서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2월13~22일 서울 성동문화회관 소월아트홀에서 12회에 걸쳐 공연된다. 1만~4만원.(032)888-8836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