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감산으로 잔업을 않게 됐는데도 잔업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해온 기아자동차 노조가 한발 물러섰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14일 노조 홈페이지에 띄운 '속보'에서 "잔업수당을 사수하라는 지침을 오늘자로 해제한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단체협약안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잔업수당 지급 거부를 선언해 반대 투쟁에 나섰던 것"이라며 "생산물량이 적을 경우 조합원들이 잔업 없이 일찍 퇴근하고 대신 잔업수당을 받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가 '무(無)노동 유(有)임금' 주장을 철회한 것은 노조 안팎에서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잔업을 하지 않고도 수당을 달라는 주장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조합원),"그동안 일 안하고 수당 받아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아차 노조가 얼마나 썩었는지 증명하는 것"(기가찬X들) 등의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다만 기아차 노조는 단협 파기에 대해 사측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측 잔업통제를 거부하라는 노조 집행부 지침에 따라 잔업시간 동안 생산라인에 계속 남아 있던 조합원들에 대해 잔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월급제 및 주간연속 2교대제 조기 시행 등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생산직 임금 중 고정급여 비중이 67%이고,나머지는 잔업이나 특근으로 충당하는 구조"라며 "주간연속 2교대제와 맞물려 월급제가 조기 시행될 수 있도록 사측을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노사협상 때 상당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란 점을 공언한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잔업사태 등과 관련해 노조와 14일부터 성실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가 잔업수당 지급 주장을 접으면서 내세운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해 업계에선 노조의 이기주의를 성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공멸 위기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실질임금을 더 올려 달라는 것은 노조 이기주의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