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급평가 몸사리기 우려, 내주 채권단 협의회 소집키로

금융당국이 건설사 조선사 구조조정과 관련,주채권은행 위주의 구조조정 대상 선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출부실 증가 우려에 따른 은행들의 몸사리기,해당 업체의 로비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건설사,중소 조선사 111곳에 대해 등급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각 업체별로 소집되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등급이 제대로 산정되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는 은행들이 제대로 옥석 가리기에 임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이 개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은행들의 구조조정 평가에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C등급(부실징후 기업) D등급(퇴출) 기업은 10여개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은 16일까지 100대 건설사 중 92곳,50여개 중소 조선사 중 19곳에 대해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등급을 산정하고 있으며 23일까지 채권단협의회 등을 통해 등급을 최종 확정한다. 채권단협의회는 △부실징후 기업 인정 △대상기업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점검 · 평가 및 조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 개시 및 지속 여부 결정 등을 조율할 권한을 가진다.

이와 관련,국민은행은 주채권은행을 맡은 건설업체 14개에 모두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이상을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도 11개 업체에 대해 당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도 주거래 3곳에 대해 B등급 이상의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산업은행 역시 5개 건설사에 대해 점검한 결과 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가장 많은 30개 건설사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관계자도 "대형 건설사는 C나 D등급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사의 경우에도 19개 가운데 2~3곳만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 대상 기업수가 예상보다 적어진 이유 중 하나는 은행들이 주거래업체에 대해 C나 D등급을 매길 경우 여신을 고정이하 여신 등으로 부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등이 정치인을 동원해 로비를 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를 거쳐 등급 산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조정위원회가 법률적으로 등급 조율에는 권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채권단 협의회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