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신차·해외는 중소형차로…R&D로 그린카 양산 준비도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GM 등 '미국 빅3'의 몰락,도요타의 적자 가능성 등 전례없는 어려움에 처한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판매 확대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국가별로 고객이 원하는 차를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판매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2009년 경영키워드는 '생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가 및 원자재가의 고공행진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해는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6500만대로 작년보다 3%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 기아차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올해 경영 화두를 '위기에서의 생존'으로 잡고 공격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회장은 "R&D(연구 · 개발) 품질 등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자"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적인 핵심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 · 기아차는 '글로벌 판매확대를 통한 수익 확보'를 생존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삼고 △판매 지원체제 운영 및 고객 대응능력 강화 △기본 경쟁력 지속 강화 △효율적 조직 운영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달 신형 에쿠스 출시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점유율 목표를 50%로,기아차는 35%로 각각 잡고 판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보다 선전할 경우 점유율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게 현대차의 계산이다. 국내에선 신차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다음 달 출시하는 초대형 럭셔리 세단 신형 에쿠스를 시작으로 올해 쏘나타 후속 모델(YF),투싼 후속 모델(LM) 등을 잇따라 선보인다. 7월에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쏘렌토 후속(XM),포르테 LPI 하이브리드,포르테 쿠페(XK),고급세단(VG) 등 기아차만의 디자인을 가진 신차로 내수 시장을 파고들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브릭스(BRICs) 등 신흥국가에서 중 ·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키로 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i30,i20 등 현지전략형 소형차 판매를 늘리고 중국에선 중국형 아반떼와 쏘나타를 통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아차가 최근 러시아에 신규 판매법인을 세우고 동유럽 공략의 교두보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마케팅도 대폭 강화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최근 할부나 리스로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이내에 실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할 경우 구입한 차를 되사주는 보장 프로그램을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현대차는 또 고급세단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을 적극 활용,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판매도 늘려나가기로 했다.

◆R&D 집중…그린카 개발 박차

정몽구 회장은 작년 12월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글로벌 R&D센터 회의에서 "고연비 고품질 및 고급화된 디자인을 갖춘 소형차 개발을 통해 신흥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 · 기아차는 올 상반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하반기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를 통해 친환경차 양산화의 꿈을 실현한다. 그린카 본격 양산을 앞두고 현대 · 기아차는 배터리 컨트롤러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도 마친 상태다. 도요타와 겨룰 만한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해 전자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러치 접합방식,연비를 높이는 6단 변속기 등을 개발하는데 주력해 왔다.

2010년까지 하이브리드카 3만대를 양산하고 2018년엔 50만대로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에 따라 연구인력과 조직도 적극 보강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