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15일 공식적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 신(新)관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적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포스코의 수장이 교체돼 온 불미스런 ‘전통’이 반복되면서 포스코 내부의 불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2004년 선임된 뒤 2007년 2월 주총에서 2010년 2월까지 3년 임기로 연임됐다.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공식적인 임기보다 1년 일찍 자리를 비우게 되는 셈이다. 사퇴 이유에 대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말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인해 이 회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의반 타의반 퇴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 회장에 대한 사정설이 끊임없이 재기돼 온 탓이다. 이 회장을 자진 사퇴를 결심하도록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터다.

지난해 말 검찰은 포스코가 2005년 대구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의 칼날을 이 회장 쪽으로 겨눴다. 당시 검찰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고 밝혔지만,포스코는 수사 배경 및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해말 청와대 측에 “오는 2월에 예정된 포스코 주총 이전까지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직을 맡고 이후에는 퇴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이 잔여 임기를 남겨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임기 전인 주총 전에 퇴진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이 최근 포스코 고위 임원들에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 회장의 거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들은 아직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치적 외압 논란은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휩쓸려 포스코 회장이 퇴진해야만 하냐는 자조섞인 비판마저 불러오고 있다.

포스코는 김영삼 정부 당시 박태준 명예회장이 물러났고,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김만제 회장이 퇴진했다. 노무현 정권 때 역시 유상부 회장이 임기 중 자진 사퇴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초 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이 회장의 사퇴설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물러나고 친정권 성향의 사람이 들어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회장이 ‘노무현 정부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회장의 퇴진설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회장이 자진 사퇴함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던 ‘전통’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당연스레 재계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신관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뽑힌 포스코의 경영진을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교체하는 것 자체가 포스코의 대내외적 가치를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뤄낸 이 회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자진 사퇴하면,정권 교체기마다 회장이 바뀌는 게 관례가 될 것”이라며 “포스코에 대한 모든 정치적 외풍은 포스코나 국가 경제에 모두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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