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가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마련한 '표준 투자권유 준칙'이 펀드 가입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해 금융회사 및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준칙은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다음달 4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일선 창구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펀드시장 자체도 크게 위축(萎縮)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업협회 등이 준칙을 마련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가입해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임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부분 펀드 투자자들의 자산이 반토막으로 추락한 형편이고 보면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억제할 필요성은 대단히 크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준칙은 투자규제에 대한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게 중론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이면서 파생상품 투자경험 1년 미만인 투자자에게는 파생상품 권유를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가 하면 초보투자자들의 경우는 주식펀드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준칙은 7가지 단순 질문에 의거해 투자자 유형을 5단계로 분류하고 그 단계에 맞는 상품만 권유토록 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투자자 10명중 6명은 주식형펀드를 권유할 수 없는 등급이라고 한다.

증권업협회 등은 이 준칙이 자율규제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강제조항과 다를 게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기준을 벗어나 펀드 권유를 할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불리한 상황에 처할 게 뻔한 만큼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펀드에 실제 가입할 경우도 상품설명에만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펀드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 또한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이번에 마련된 준칙은 내용을 크게 보완하고 시행시기 또한 다소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자 보호를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권한을 침해하고 펀드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말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