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5곳도 리베이트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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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내 2개社와 함께 과징금 204억 부과
사냥관광·비품제공·회식비 지원 등 악습 그대로
사냥관광·비품제공·회식비 지원 등 악습 그대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따르다가 1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학회 참석비나 강연비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병 · 의원에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5개 다국적 제약사와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2개 제약사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04억8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국적사 "로마에선 로마법을"
공정위는 2006년부터 제약업계 리베이트 문제로 총 17개 제약사에 대한 조사를 펼친 끝에 이듬해 11월 10개 국내 제약사에 총 19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개사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나머지 회사들에 대한 정밀조사를 끝내고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7개사의 총 리베이트 제공액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로 오리지널 약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의 확산을 막고 자사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토종 제약사들과 판촉경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점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에게 식사를 접대하거나 회식비를 지원했으며 신용카드를 빌려주기도 했다. TV 냉장고 가구 의료기기 등 병원 비품을 제공하고 환자 유치 활동을 돕는 등 한국 특유의 영업 관행도 그대로 따랐다.
◆세미나 비용 지원에 사냥 관광까지
다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법 면에서는 직접 현금을 건네기보다는 영향력 있는 의사를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선정해 고문료 또는 자문료를 지급하고 자사 약품을 많이 처방한 의사들의 국내외 학회 참석비나 세미나 비용 등을 지원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많이 동원했다.
GSK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병원 의사 및 가족들에게 사냥 관광 숙박 등의 접대를 제공했다. 한국MSD는 의사들의 성향을 분석,4등급으로 구분한 뒤 각 그룹에 따라 판촉 수단을 달리했다. 영향력이 크고 판촉에 민감한 그룹 1에는 학회 기부,자문위원 위촉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영향력이 크지만 지식지향적인 그룹 2에는 임상시험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릴리는 시행의무가 없는 시판후조사(PMS)를 '관찰연구'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면서 의사 등에게 임상연구비를 지원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자사 제품 '아빌리파이'를 한 달에 300만원 이상 처방하는 의사 등을 대상으로 일본 시찰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인 대웅제약은 의료기기와 진열대,청소기,조제봉투 등 병원 비품을 제공하고 주요 핵심 의사가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 비즈니스 항공권을 지급했다. 제일약품은 란스톤 등 자사 의약품 15개 품목과 리피토 뉴론틴 등 한국화이자와의 공동 프로모션(Co-promotion) 품목에 대한 판촉활동을 하면서 의사 및 가족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와 상품권,여행패키지 상품 등을 제공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업체 관계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난번 과징금 업체들과 비교하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셈"이라며 "겉으로는 윤리규정을 강조하면서도 안으로는 '할 건 다 하는' 이중적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돈 준 사람만 처벌하느냐" 불만도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 조치와 관련,다국적 제약업계는 정상적인 학술세미나 지원 등의 행위까지 불법으로 본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의사들에게 제약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자는 뜻에서 필수적인 제약사의 책무"라며 "더구나 가이드 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부당고객유인행위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돈이나 편의 제공을 받은 병원이나 도매상은 처벌하지 않고 제약사에만 연이어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것이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경기 소재 8개 주요 대학병원 및 도매상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현재 그 결과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이관우 기자 khcha@hankyung.com.
◆다국적사 "로마에선 로마법을"
공정위는 2006년부터 제약업계 리베이트 문제로 총 17개 제약사에 대한 조사를 펼친 끝에 이듬해 11월 10개 국내 제약사에 총 19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개사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나머지 회사들에 대한 정밀조사를 끝내고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7개사의 총 리베이트 제공액은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로 오리지널 약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의 확산을 막고 자사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토종 제약사들과 판촉경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점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에게 식사를 접대하거나 회식비를 지원했으며 신용카드를 빌려주기도 했다. TV 냉장고 가구 의료기기 등 병원 비품을 제공하고 환자 유치 활동을 돕는 등 한국 특유의 영업 관행도 그대로 따랐다.
◆세미나 비용 지원에 사냥 관광까지
다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방법 면에서는 직접 현금을 건네기보다는 영향력 있는 의사를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선정해 고문료 또는 자문료를 지급하고 자사 약품을 많이 처방한 의사들의 국내외 학회 참석비나 세미나 비용 등을 지원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많이 동원했다.
GSK는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병원 의사 및 가족들에게 사냥 관광 숙박 등의 접대를 제공했다. 한국MSD는 의사들의 성향을 분석,4등급으로 구분한 뒤 각 그룹에 따라 판촉 수단을 달리했다. 영향력이 크고 판촉에 민감한 그룹 1에는 학회 기부,자문위원 위촉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영향력이 크지만 지식지향적인 그룹 2에는 임상시험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릴리는 시행의무가 없는 시판후조사(PMS)를 '관찰연구'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면서 의사 등에게 임상연구비를 지원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자사 제품 '아빌리파이'를 한 달에 300만원 이상 처방하는 의사 등을 대상으로 일본 시찰 행사를 갖기도 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인 대웅제약은 의료기기와 진열대,청소기,조제봉투 등 병원 비품을 제공하고 주요 핵심 의사가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 비즈니스 항공권을 지급했다. 제일약품은 란스톤 등 자사 의약품 15개 품목과 리피토 뉴론틴 등 한국화이자와의 공동 프로모션(Co-promotion) 품목에 대한 판촉활동을 하면서 의사 및 가족들을 상대로 골프 접대와 상품권,여행패키지 상품 등을 제공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업체 관계자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난번 과징금 업체들과 비교하면 다국적 제약사들이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셈"이라며 "겉으로는 윤리규정을 강조하면서도 안으로는 '할 건 다 하는' 이중적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돈 준 사람만 처벌하느냐" 불만도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 조치와 관련,다국적 제약업계는 정상적인 학술세미나 지원 등의 행위까지 불법으로 본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의사들에게 제약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자는 뜻에서 필수적인 제약사의 책무"라며 "더구나 가이드 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부당고객유인행위로 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돈이나 편의 제공을 받은 병원이나 도매상은 처벌하지 않고 제약사에만 연이어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것이 형평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경기 소재 8개 주요 대학병원 및 도매상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현재 그 결과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기현/이관우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