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을 비롯한 인적 개편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여권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투서와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지역갈등 양상도 겹쳤다.

최근 한상률 국세청장의 '그림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러 뒷말을 낳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한나라당에선 정치인 입각 요구가 갈수록 드세지면서 '밥그릇 확보'를 위한 물밑 기싸움도 치열하다. '이명박 정부'집권 2년차를 목전에 두고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만간 큰 건 터질 것"

청와대에는 요즘 매일 투서가 날아든다고 한다. 더러 신빙성이 있는 것도 있어 민정라인을 통한 확인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한 청장의 포항지역 인사들과 '골프 회동'의혹도 이 같은 투서를 근거로 내사를 거쳐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장을 지목한 투서로 확인된 것만 몇 건 청와대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이도 청와대 내사를 통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물밑 비방도 치열하다. '매터도(흑색선전)'수준도 적지 않다. 청와대 한 참모는 15일 "투서와 매터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가령 뜬금없는 매터도를 퍼뜨려 놓고 이를 반복해서 유포하다 최종적으로 언론을 향하는 조직적인 행태가 적지 않다고 한다.

"모 인사가 실세인 모씨에게 줄을 댔다"는 소문은 기본이다. "공기업의 모 기관장과 관련해 조만간 '큰 건'이 터질 것""여권의 권력실세도 얼마 못 가 '사단이 날 것'"이라는 등의 얘기들이 횡행한다. 심지어 소액의 상품을 선물해 놓고 "누가 뇌물을 받았다"고 소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4대 기관장 인사와 관련,'대구 · 경북(TK)'과 '부산 · 경남(PK)' 간 지역 갈등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특정 기관의 경우 지역출신 간 암투 과정에서 수장을 몰아내기 위해 교체설을 고의로 흘렸다는 설도 있다.

◆입각 희망 의원 '자가발전'도

한나라당의 속사정도 복잡하다.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내심 입각을 바라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후보군이 늘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의중과 관계없이 '자가발전'이 상당하다. 법안 처리나 대야 협상 등 원내전략도 개각 변수에 좌지우지된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입법전쟁 과정에서 일부 인사가 개각을 염두에 두고 언행을 한 게 아니냐는 식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중용설,탕평차원의 친박 인사 입각설 등이 난무하면서 계파 간 감정싸움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입각 뒤 빈자리를 겨냥한 '포스트 지도부'의 움직임도 있다.

홍영식/유창재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