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근거였던 작품재질 압축섬유판 아닌 종이로 밝혀져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의 과학감정을 위해 기준 작품으로 제시된 박 화백의 또 다른 그림 '고목과 여인'의 재질이 1980년대 후반 개발된 중밀도섬유판(MDF)이 아니고 종이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목과 여인'은 '빨래터'와 같은 시기인 1950년대 제작된 작품이어서 MDF 재질이 아니라면 위작 혐의를 일부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고목과 여인'에 쓰인 작품 재료가 MDF라는 사실을 '빨래터' 위작의 결정적인 단서라고 주장해 온 최명윤 명지대 교수도 이 같은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위작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옥션은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대학 제지공학과의 원종명 교수(대검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가 실험을 통해 '고목과 여인'의 재질이 1980년대 후반 개발된 MDF가 아니고 종이류라는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원 교수의 보고서는 '고목과 여인'의 재질 뒷면과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MDF가 아닌 펄프 섬유의 형태가 관찰됐으며 특히 뒷면에서 판지를 합지할 때 사용하는 전분 입자가 확인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옥션 이학준 대표는 "최명윤 교수는 자신의 실험을 통해 MDF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그의 과학감정에 대한 전문성의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기준 작품의 재질이 MDF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빨래터'의 위작 의혹에 대해서는 달라진 것이 없으며 작품이 제작된 시기가 1987년 이후가 될 수도 있다"며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한편 '빨래터'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한호형)는 지난 12일 열린 2차 변론에서 '빨래터'의 앞면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분석하기로 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