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아토피·암의 발병과 치유 '腸속 세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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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균에 따라 기능 달라져
당과 지방산 늘려 비만 조장
유해균 기승 부리면 급성 장염
면역 기능 조절로 아토피 줄여
발암물질 분해 암 예방 효과도
당과 지방산 늘려 비만 조장
유해균 기승 부리면 급성 장염
면역 기능 조절로 아토피 줄여
발암물질 분해 암 예방 효과도
장내세균 (腸內細菌)은 인류의 친구다. 장 속에 살면서 '제3의 장기'에 비유될 만큼 신진대사 면역조절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질병의 유발 또는 호전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장내세균은 1000여종에 달한다. 장 속에 100조~1000조마리가 존재하는데 성인의 세포 수가 60조~100조니까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무게도 약 1㎏이나 나간다. 대변의 4분의 3가량이 물이고 약 8분의 1이 장내세균이다. 장내세균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변비를 방지한다. 면역기능을 조화시켜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질환을 억제한다. 체내 염증을 가라앉혀 크론병(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대장증상을 개선한다. 발암물질을 분해 또는 흡착해 암(특히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또 비타민(B,K) 및 아미노산의 합성과 지방의 체내 축적 억제에도 관여한다.
유산균 비피더스균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과 병원성 세균 등 유해균으로 분류하지만 명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유해균은 특정 조건에 의해 증가하며 장염 등 급성질환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는 유해균이 많이 살지 않는다. 한편 서식조건이 열악해진다고 유익균이 유해균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유익하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일정량 이상 존재함으로써 유해균을 방어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역할을 한다.
장내세균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내세균은 98%가량이 생물학 분류상 피르미큐테스문(門)과 박테로이데테스문에 속한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대의 제프리 고든 박사는 2006년 비만한 사람은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의 비중이 90% 이상이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은 3%선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분해,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변화시키므로 비만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만 환자가 1년 동안 저지방 저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체중이 줄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이 20%선(정상체중인 사람은 30%선)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뚱뚱한 사람이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지면서 장내세균의 종류도 마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무리 운동과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이 줄지 않고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사람은 장내세균의 종류를 검사해볼 만하다.
아기가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도 장내세균의 종류와 관련 있다. 태아의 장은 무균상태지만 출산과 수유 과정에서 장내세균이 정착한다.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자연식이 제왕절개,우유 수유,가공식품에 비해 아토피에 걸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장내세균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나는 장내세균에 좋은 먹이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균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좋은 먹이는 식이섬유다. 과일 야채 곡류 버섯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다. 하루에 25~35?c의 섬유질을 먹는 게 권장된다. 과일과 야채는 물을 빼면 대부분 섬유질이다. 그동안 이들 식품의 항암효과는 함유된 비타민 및 항산화물질에서 비롯된다고만 생각해 왔으나 이젠 '섬유질-장내세균-암 예방'이란 연결고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비피더스균 등 장내 유산균이 줄어드므로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적절히 운동하면 장내세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성화된다.
반면 항생제, 이에 오염된 육류나 수산물,진통제,술,탄산음료 등은 장내세균을 죽이므로 삼가야 한다. 지방질과 단백질(특히 육류)은 소화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독소를 만들고 장내 적정 pH(수소이온농도)를 변화시켜 장내세균에 해를 끼치므로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장 운동에 변화를 가져와 장내세균 수를 크게 감소시키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온 생활수칙들이 장내세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 신비스럽기만 하다.
김민석 < 원자력병원 병리과장 >
유산균 비피더스균 등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과 병원성 세균 등 유해균으로 분류하지만 명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유해균은 특정 조건에 의해 증가하며 장염 등 급성질환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는 유해균이 많이 살지 않는다. 한편 서식조건이 열악해진다고 유익균이 유해균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유익하지도 유해하지도 않은 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일정량 이상 존재함으로써 유해균을 방어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역할을 한다.
장내세균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내세균은 98%가량이 생물학 분류상 피르미큐테스문(門)과 박테로이데테스문에 속한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대의 제프리 고든 박사는 2006년 비만한 사람은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의 비중이 90% 이상이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은 3%선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발표했다.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잘게 분해,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산으로 변화시키므로 비만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만 환자가 1년 동안 저지방 저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체중이 줄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이 20%선(정상체중인 사람은 30%선)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뚱뚱한 사람이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지면서 장내세균의 종류도 마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무리 운동과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이 줄지 않고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사람은 장내세균의 종류를 검사해볼 만하다.
아기가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도 장내세균의 종류와 관련 있다. 태아의 장은 무균상태지만 출산과 수유 과정에서 장내세균이 정착한다.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자연식이 제왕절개,우유 수유,가공식품에 비해 아토피에 걸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장내세균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나는 장내세균에 좋은 먹이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균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좋은 먹이는 식이섬유다. 과일 야채 곡류 버섯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다. 하루에 25~35?c의 섬유질을 먹는 게 권장된다. 과일과 야채는 물을 빼면 대부분 섬유질이다. 그동안 이들 식품의 항암효과는 함유된 비타민 및 항산화물질에서 비롯된다고만 생각해 왔으나 이젠 '섬유질-장내세균-암 예방'이란 연결고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비피더스균 등 장내 유산균이 줄어드므로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적절히 운동하면 장내세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성화된다.
반면 항생제, 이에 오염된 육류나 수산물,진통제,술,탄산음료 등은 장내세균을 죽이므로 삼가야 한다. 지방질과 단백질(특히 육류)은 소화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독소를 만들고 장내 적정 pH(수소이온농도)를 변화시켜 장내세균에 해를 끼치므로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도 장 운동에 변화를 가져와 장내세균 수를 크게 감소시키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그동안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알려져온 생활수칙들이 장내세균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 신비스럽기만 하다.
김민석 < 원자력병원 병리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