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씨(77 · 여)는 지병인 고혈압을 꾸준히 치료해 왔으나 올해 초 텔레비전을 보던 중 갑자기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되고 발음이 어둔해지는 증상을 느꼈다. 가족의 도움으로 35분 만에 집에서 가까운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약 20분 후 뇌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다. 뇌내 출혈은 없었으나 우측 중대 뇌동맥이 막힌 뇌경색으로 진단됐다. 이씨는 뇌졸중 회생의 '골든타임'으로 일컬어지는 증상 발생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덕분에 정맥주사로 혈전을 녹이는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틀 후 마비된 팔 다리가 정상화됐고 발음장애도 거의 회복돼 현재는 외래진료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뇌졸중 클리닉은 신경과,영상의학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응급의학과 간 유기적인 협진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후 진단과 치료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교수진이 교대로24시간 대기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중앙대 뇌졸중 클리닉은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뇌졸중 환자 진료적정성 평가결과'에서 초기진단,초기치료,2차 예방, 환자상태 기록관리 등 10개 부문 모든 평가항목에서 우수등급(올 A)을 받은 바 있다.

올 초에는 보다 신속한 뇌졸중 진단을 위해 '256채널 인텔리전트 컴퓨터단층촬영기(iCT)'를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급성 뇌경색 진단에는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 더 나은 정확도를 보이지만 뇌졸중 환자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촬영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반면 CT검사는 촬영시간이 짧지만 영상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를 개선한 것이 256채널-iCT.이 CT는 2~3초 만에 촬영한 256개 각도의 평면적 영상을 재조합해 입체감을 살린 영상을 내놓는다. 따라서 채널 수가 적고 촬영에 10~15초 걸리는 기존 64채널,128채널 CT보다 영상의 선명도가 뛰어나다.

이 병원 박광열 신경과 교수는 "급성 뇌졸중은 뇌조직이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응급처치에 들어가야 한다"며 "256채널-iCT 도입으로 환자가 도착한 후 8분 이내에 전문의가 예비진단을 마치고 20분 내에 진단을 내린 다음 본격 치료에 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