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짜리 남매를 둔 직장인 박준홍씨(43).그는 지난해 겨울까지 스키장을 찾았지만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올해는 눈썰매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눈썰매를 타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주변에 즐길 만한 시설들을 찾아 봤다. 눈썰매는 아이들의 체력으로 두어 시간만 타도 피곤해지는 만큼 다른 볼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 놀이와 교육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박씨가 찾아 낸 곳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안에 있는 눈썰매장과 한강시민공원 안에 있는 망원 눈썰매장이다. 어린이회관에는 매스윈 수학체험관,망원 눈썰매장 근처에는 역사 교육에 도움이 되는 절두산 순교박물관이 있어 주말 나들이 코스로 적당해 보였다. 태릉에 있는 이스턴캐슬 눈썰매장도 주변에 유적지가 있어 구미가 당겼다. 세 곳 모두 서울 시내에 있는 눈썰매장이라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수학도 공부하고 눈썰매도 타고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에 있는 눈썰매장은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걸린다. 입장료는 어린이 8000원,청소년 9000원,어른 1만원.물놀이용 튜브처럼 생긴 둥그런 튜브 눈썰매를 무료로 빌려주는데 푹신푹신한 받침 덕분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눈썰매를 탈 수 있다. 슬로프 길이가 80~120m로 다른 눈썰매장보다 긴 편이다. 안전 요원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음 달 28일까지 운영된다. 홈페이지(sselmaejang.com)에서 우대권을 출력할 수도 있다. 평일 2000원,주말 · 공휴일 1000원을 할인해 주고 우대권 1장으로 2명이 할인 혜택을 받는다. (02)2204-6094

썰매장과 같이 어린이공원 안에 있는 매스윈 수학체험관은 현직 수학 교사들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년별 교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놀이 형식으로 수학의 원리를 깨칠 수 있도록 여러 도구들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아이들은 원 위에서 골프 치기,이진법 기둥으로 키재기 등을 경험하며 수와 연산 · 도형 · 측정 · 확률 등의 수학 원리를 깨치게 된다. 전문 강사들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년 · 수준별로 맞춤 교육을 진행한다. 개인별로 오면 1만1000원,20인 이상은 1인당 9000원.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연중 무휴.(02)446-7374

◆미술관 옆 박물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시민공원 내 망원 지구에 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입장료는 어린이 3000원,청소년 4000원,어른 5000원이다. 눈썰매 대여료는 입장료에 포함돼 있다. 여기서도 튜브 눈썰매를 빌려 준다. 단 슬로프 폭은 10~20m쯤으로 좁은 편이다. 망원 눈썰매장은 지하철 2 · 6호선 합정역 1번 출구에서 16번 버스를 타고 망원 유수지에 내린 뒤 10분쯤 걸으면 된다. (02)322-6302

눈썰매를 즐긴 뒤 합정역 인근에 있는 절두산 순교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다. 조선 말기 1만여명의 천주교 신자를 처형한 데서 '절두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나들이 장소로 적당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보는 한강 풍경은 어느 곳보다 뛰어나다.

게다가 이 박물관은 뛰어난 작품들이 모여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순교자를 위한 기념상'은 1972년 최종태 전 서울대 교수가 제작한 것.첫 순교자 가족으로 기록된 이의송(프란치스코) 가족을 형상화한 상이다. 조영동 성신여대 명예교수와 고(故) 이남규 공주사대 교수가 공동 제작한 '안수 성모상'은 일상에 지친 부모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도 곳곳에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인 천진암 주어사를 순례하다가 발견한 '해운당대사의징지비(海雲堂大師義澄之碑)',모조품이긴 하지만 대원군의 천주교 박해 근거가 된 '척화비'도 있다.

이곳에 보관된 '오성바위'는 1866년 순교한 다섯 명의 성인(聖人)이 충남 보령 갈매못 형장으로 끌려갈 때 쉬었다 간 곳.다블뤼 안 주교가 21년간 숨어 살던 방을 드나들 때 밟고 다녔다는 문지방 돌도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월요일 휴관.정해진 요금은 없고 '방문객들의 정성 어린 헌금'으로 운영한다. 단 10명 이상의 단체 관람객은 반드시 2주 전 성지 사무실에 예약해야 한다. (02)3142-4434

◆역사 체험까지 한번에

태릉 이스턴캐슬 눈썰매장도 가 볼 만하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근처에 33만㎡의 널찍한 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튜브형 눈썰매를 들여와 안락함과 안전도를 높였다. 이곳은 민속얼음 썰매장,팽이 치기 등 어린이들의 겨울놀이 체험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눈 놀이터와 미니 기차 등 다양한 놀이 기구도 마련돼 있다. 3월1일까지 문을 열며 개장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나이에 상관 없이 입장료는 9000원이다. (02)971-0741

문정 왕후가 묻혀 있는 태릉도 볼 만하다. 태릉은 왕이 아닌 왕비의 단릉(單陵)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웅장하다. 당시 문정 왕후의 세도를 짐작하게 한다. 다른 왕릉과 마찬가지로 태릉도 참배자 입장에서는 폐쇄적이지만 죽은 자의 시각에서는 사방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로 돼 있다. 지하철 1호선 석계역,6호선 화랑대역,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오전 9시~오후 6시.어른 1000원,어린이 500원이다. (02)972-037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