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16일 필리핀인 아내 V씨(25)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L씨(42 · 회사원)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부부간의 성관계에 대해 강간죄를 적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국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피고인만 믿고 온 타국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힘든 처지에 놓인 피해자를 사랑과 정성으로 보살펴야 함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하고 부당한 욕구를 충족하려 정당한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를 무시하고 흉기로 위협한 점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판시했다.

L씨는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2006년 8월 필리핀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2008년 7월 부인이 생리 중이라며 성관계를 거부하자 흉기로 위협,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